청년 중심에 '이대남'..李, 尹처럼 뛰어들기도 지나치기도 어렵다
'젠더 갈라치기 경계' 기조에도 불구하고 2030 남성 표심 적극 대응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겨냥한 '여성가족부 폐지''병사 월급 200만원' 등의 공약을 앞세워 지지율 반등에 시동을 걸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민주당은 일단 윤 후보의 이대남 구애를 '남녀 갈라치기'로 깎아내리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런 전략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어떤 수준의 차별화를 모색할 것인지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9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2주 전 같은 조사(40.1%)보다 1.9%p 하락한 38.2%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윤 후보는 33.9%에서 4.3%p 상승한 38.2%로 이 후보와 동률로 올라왔다.
특히 윤 후보는 20대에서는 20.4%에서 40.9%로 무려 두 배가량 지지율이 뛰어올랐다. 30대에서도 23.0%에서 33.3%p로 10.3%p 수직상승했다. 이 후보는 30대 43.7%에서 38.8%로 3.9%p, 40대 55.4%에서 48.7%로 6.7%p 하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부 조사를 언급하며 "1월 8일 조사에서 강한 반등세가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목격됐다"며 "확실히 우리 후보가 최근 정책 행보나 메시지의 변화로 인해 지난 주말 사이 상당한 반등세를 이끌어 냈다"고 자평했다.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와는 다르게 젠더 문제와 관련해서는 '성평등'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인권과 성소수자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도 출연하면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대위 출범 초반에는 이대남을 겨냥한듯 20대 남성 커뮤니티 작성 글을 의원들에게 공유하며 발언들을 이어갔지만 점차 성평등 기조에 무게를 맞추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전날 여성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여성과 남성 (이야기가) 나오면 머리가 아프다. 이래선 안 된다"며 "정치권의 의도적인 전략으로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상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 모두가 평등한 존재고 인격적 존재라 존중받아야 하고, 부당하게 차별받아서도, 공격받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신중한 젠더 이슈 대응에 대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즉 수익률은 좀 낮더라도 리스크를 지나치게 높이는 위험도를 높이는 전략은 안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이사장은 "윤석열 캠프에 최근 젠더 이슈를 다루는 태도는 굉장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투기적 형태에 가깝다"며 "여론조사 지지율상의 차이를 보면 앞으로도 윤 후보 쪽에서는 더 도발적이고 위험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홍보전략을 쓸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선대위 내부에서는 젠더 갈라치기를 경계하면서도 2030 남성 유권자들의 특수성과 파급력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030세대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특히 2030 남성의 경우 '안티 진보'와 '안티 이 후보'가 강하게 결합한 경향이 있어 이들의 몰아주기 선택을 좌시할 경우 중대한 실책이 될 수도 분석이다.
당내 경선 전략을 연구하는 민주당 관계자는 "2030 남성은 보수에 가까운 무당파고 2030 여성은 진보에 가까운 무당파에 가깝다"며 "2030 여성의 표심은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무당표 등 분산도가 크지만 2030 남성의 표심은 좀더 '안티'성이 강해 정권교체론에 몰아주기로 선거판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30 세대를 분석한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20대와 30대 중반까지는 60대 중반과 70대와 같은 강력한 정권교체 의지를 보이는 것 같다"며 "현 정부와 집권세력에 대해 매우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이 후보가 윤 후보와 같이 선명한 이대남 공략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젠더 갈등을 부추겼다고 비판해왔던 기조는 물론 진보 정당의 기본정서와도 결이 맞지 않는 부분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 후보도 이날 인천 연수구에거 열린 행사에서 "일부 정치인이 한쪽에 편승해서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으로, 저한테도 양자택일 요구가 많다"며 "왜 정치에서 선거 전략으로 사용할 만큼 (남녀갈등이) 격화됐을까, 정말 가슴 아픈 상황"이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20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스몰딜로 꾸준히 발표하고 있지만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젠더 갈라치기를 할 생각은 근본적으로 전혀 없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고민을 내비쳤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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