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앱 시장 더 커진다..신세계도 번개장터 투자
[경향신문]
중고거래 시장에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11일 신세계그룹이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번개장터’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시장 경쟁은 더 뜨거워졌다. 유통업계를 넘어 정보기술(IT)·통신업계, 금융권까지 중고거래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이날 번개장터는 “총 82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면서 신한금융그룹, 프랙시스캐피탈, 미래에셋캐피탈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중 신규 투자자로 신세계그룹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참여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중고거래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신세계그룹이 중고거래 앱에 처음으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그룹이 2020년 7월 설립한 벤처캐피탈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중고거래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번개장터가 명품·스니커즈·골프 등의 브랜드 중고품 거래에 특화됐다는 점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신세계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5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번개장터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1년 론칭 후 2019년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1조7000억원을 돌파하며 매년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번개장터의 성장은 국내 중고거래 시장 활성화와 맞물려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성공을 거두면서 중고거래 전성시대가 열렸다. 모바일로 쉽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과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의 성향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4조원 규모이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20년 20조원으로 평가되며 10여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했다.
국내에선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가 중고시장 점유율 96%를 차지해 중고거래 플랫폼 ‘빅3’로 불린다. 2015년 출시된 당근마켓은 지난해 월간 순사용자 1551만명을 기록하며 중고시장 돌풍을 일으켰다. 2003년 개설된 중고나라는 중고거래의 시초로 불린다. 누적 회원 수도 2460만명으로 빅3 중 가장 많다. 다만 앱 기반 서비스가 약한 게 단점이다.
이들 플랫폼에 직접 투자하는 대기업도 늘었다.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현재 대기업의 투자나 광고를 유치하지 않고 있어 중고나라와 번개장터에 투자가 집중됐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중고나라 지분 95%가량을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인수했다.
직접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거래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기업도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온라인 쇼핑몰에 중고 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열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3월 운동화 중고거래 플랫폼 ‘크림’을 선보였고, KT도 한정판 운동화 리셀 플랫폼 ‘리플’을 운영하고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 관계자는 “MZ세대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비싼 브랜드 물품을 사서 되파는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고거래 시장이 워낙 뜨거운 만큼 대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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