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발언 중지 조례안, 시의회 월권" 서울시 재의요구 결정..시의회 "독단·독선"

김보미 기자 입력 2022. 1. 11. 17: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간 갈등이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양측이 강대강으로 부딪히다 가까스로 통과된 서울시 예산안 후폭풍으로, 이번엔 ‘서울시장 발언 중지·퇴장·사과명령’ 등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놓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의회 기본 조례 일부 개정안이 헌법 및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재의요구키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시가 문제삼은 것은 조례안 중 제52조다. 시의회는 시장 및 교육감 또는 관계 공무원 등이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발언하려면 의장 또는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 없이 발언할 경우 의장 또는 위원장이 발언을 중지시키거나 퇴장시킬 수 있다는 내용으로 조례안 제52조를 개정해 지난해 12월31일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이 조례안을 시의회의 ‘월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허가 받지 않은 발언을 이유로 시장 등 집행부 관계공무원의 발언권을 추가로 제한하는 것은 법령에 주어진 권한 범위를 넘어 새로운 견제장치를 만드는 것”이라며 “지방자치법 위반이며 시의회의 과도한 입법권 남용”이라고 재의 요구 이유를 밝혔다. 특히 허가 없이 발언해 시장 등 집행부 공무원이 퇴장한 경우 사과해야만 회의에 참석하게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는 “헌법 제19조에 의해 보호되는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해 9월 오세훈 시장이 유튜브 채널 ‘오세훈TV’에 대한 시정질문을 하던 중 답변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이렇게 하면 이후 시정 질문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한 것이 계기가 돼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의원 정수 이상의 정책지원관을 배치하게 한 조례안(제48조의2)에 대해서도 “상위 법령이 조례로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에 대해 규칙으로 재위임한 것은 포괄적 위임금지 원칙 위반”이라며 “의장의 의무로 의원 정수 이상의 정책지원관 배치 노력을 규정한 것은 상위법령이 규정하는 한계 범위를 부정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도 해당 조례안에 대해서는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정책지원관의 직무 세부 내용을 조례에서 규정하지 않고 규칙에서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이날 서울시의 사전검토 요구로 전달한 의견서에서 ‘의장은 의원정수 이상의 의원 정책지원관 배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개정 조례안의 내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방의회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에서 정책지원관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의 조항이 정책지원관을 의원정수 2분의 1 이상 배치하는 근거로 활용된다면 지방자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행안부는 서울시와 시의회가 가장 첨예하게 논란을 빚고 있는 시장의 발언 중지 및 퇴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앞서 시의회 김정태 운영위원장은 “의회 본회의장 내에서의 발언은 반드시 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는 의원은 물론 시장 등의 공무원에게도 당연히 적용되는 회의 참석자가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초등학교 학급회의에서조차 사회자의 허가 없이 발언할 수는 없다. 서울시장에게 제지받지 않고 마음대로 발언할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독선이자 독단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가 재의요구를 결정하면서 ‘시장 발언 중지’를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재의한 뒤에도 같은 내용의 조례가 의결된다면 시는 대법원에 기관소송을 낼 수 있다. 시의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개정 조례안을 재의결하면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때 서울시는 마지막 수단으로 대법원에 기관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의결의 집행을 정지하는 집행정지결정도 함께 신청할 수도 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