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박스권 탈출' 논쟁 점화.."연금개혁·증세 던져야" vs "푼돈 모아 목돈"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론조사상 ‘40%의 벽’에 맞닥뜨리면서 여권 내부에서 백가쟁명식 제안들이 나온다. 연금개혁·증세 등 논쟁적인 사안에 부딪히는 정면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과 정책·비전제시 중심의 현 노선을 차분히 밟아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과 로우리스크·로우리턴 관점의 대립이다. 대선 주목도가 점차 야권 단일화 이슈에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기가 길어질수록 국면 전환카드를 둘러싼 민주당 내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서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시리즈’ 같은 생활밀접형 공약, 정책·비전 중심의 이미지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분출되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KBS 라디오에서 이 후보의 외연확장 해법을 질문받자 “소확행, 탈모 문제, HPV 백신 등 여러 작은 그룹들에 행복감을 주는 공약들도 제시했지만, 지금의 시대정신, 국민들이 갑갑해하는 문제를 풀어주기 위한 거시적인 과제들을 던져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확행 공약 같은 마이크로 마케팅으로는 유의미한 지지율을 더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강 의원은 이 후보가 전날 언급한 전국민 소득보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많이 필요하다”며 증세 주장을 내비쳤다. 특히 강 의원은 연금개혁 이슈를 꺼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젊은이들이 연금을 붓지만 노후를 책임질 수 있을까 불안해한다”며 “이런 부분들을 과감히 소상하게 알리고 대통령 임기 내 해결해내겠다는 것을 보여줄 때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통령의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되는 연금 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구체적인 입장을 낸 적이 없다. 이 후보는 앞서 “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연금개혁위원회와 같은 논의 기구를 만들어 가능한 방안을 만들겠다’ 정도까지 밖에 말할 수 없다” 등의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강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저 사람은 정말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주는 게 중도층을 공략할 포인트”라며 “물론 (이해관계자들과의)갈등이 예상되고 힘들고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내가 해결하겠다’ 정도의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층에게 보다 깊숙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과감히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뜻으로, 증세론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YTN 라디오에서 “각 후보들이 선심성 공약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며 “필연적으로 증세 논의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이런 부분도 정면으로 후보들이 제기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여야 후보 모두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증세 논의는 회피하고 있다. 오히려 후보 시절에 법인·소득세 인상을 공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처럼, 중도층 유권자들을 진지하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증세 등의 재원대책을 보완해 정책의 구체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급할 필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후보 전략은)푼돈 모아 목돈 만드는 스타일”이라며 “유력한 후보가 4~5명 되는 선거에서 40%면 매우 유력한 지지율”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오히려 이 시점에 과감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최근 주도하는 젠더 갈등 이슈처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미래시민광장위 상임위원장인 조정식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미래·민생 중심의 정책 행보와 앞으로의 TV토론 등을 통해서 지지도의 추가 상승에 주력하면 조만간 안정적으로 40%를 돌파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최대한 이른 시일 내 TV토론을 벌여 40%대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겠다는 기조다.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날 “방송토론 주관사 중 하나인 KBS가 제안한 일정 중 가장 빠른 날짜인 (이달) 18일 토론에 응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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