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멸공의 입', 소비자도 갈라치기..불매-구매운동 번져

옥기원 2022. 1. 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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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멸공' 발언을 쏟아내며 논란을 자초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1일 멸공 관련 일부 게시물을 삭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오전에 멸공 논란이 불매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외부 분위기를 (정 부회장에게) 설명하며 전달했던 포스터를 올린 것이고, 더는 멸공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오해되는 문구를 수정하고 미사일 게시물도 삭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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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게시물 올린 지 2시간 만에 삭제
신세계 쪽 "멸공 발언 더는 않겠다는 의지"
'신세계 불매' vs '용진형 응원'..소비자 갈등
유통계 "기업 경영자로서 비정상적 행동"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1일 오전 인스타그램에 ‘정용진 불매운동’ 포스터와 북한 미사일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연일 ‘멸공’ 발언을 쏟아내며 논란을 자초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1일 멸공 관련 일부 게시물을 삭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쏘아올린 멸공 논란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신세계 불매운동’과 ‘멸공 구매운동’으로 양분돼 철 지난 색깔론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오전 일찍 인스타그램에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불매운동 포스터를 올렸다. 게시물에는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이 적혔다. 그는 바로 이어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기사를 올리면서 ‘OO’이라고 썼다. 최근 논란을 의식해 멸공이란 단어 대신 ‘OO’를 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전날 최측근 간부에게 회사 상황을 감안해 “멸공 발언을 하지 않겠다”고 얘기한 지 반나절 만에 올라온 게시물이라 더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 부회장은 북한 미사일 기사 관련 게시글을 2시간여 만에 삭제하고, 불매운동 포스터 게시물에 달린 글은 “누가 업무에 참고하란다”로 교체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오전에 멸공 논란이 불매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외부 분위기를 (정 부회장에게) 설명하며 전달했던 포스터를 올린 것이고, 더는 멸공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오해되는 문구를 수정하고 미사일 게시물도 삭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멸공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빠꾸’(물러나지 않겠다) 게시물을 연일 올렸던 행태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 제공

그룹 내에선 정 부회장의 입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처음엔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소통이 기업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지만, 연일 이어진 발언 논란에 그룹 계열사까지 낙인 찍히며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한 간부는 “정 부회장이 개인 공간인 소셜미디어에서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 주변에서도 직언하기가 어려웠던 점이 있었을 것”이라며 “온라인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한 신세계는 특히 온라인상 여론이 중요해 이번 논란에 더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두고 온라인상에선 찬반 갈등이 치열하다. 반대 의견은 신세계 불매운동, 찬성 의견은 구매운동을 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일부 누리꾼들은 이마트, 스타벅스, 노브랜드, 에스에스지(SSG) 등 신세계 계열사 불매운동 리스트를 올리고 경쟁사에서 물건을 구매한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반면 일부 누리집에선 “용진이형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세계 계열사 소비를 독려하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유통가에선 정 부회장의 행태가 비정상적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형 유통업체 한 간부는 “대기업 총수는 자신의 한마디가 그룹 전체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말을 최대한 아끼는 게 일반적인데 정 부회장은 스스로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경영 철학에 대한 소신 발언도 아니고 철 지난 멸공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는 건 그룹 이미지에 나쁜 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이 올린 게시물이 많은 호응을 얻으면 그 반응이 전부인지 착각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정 부회장은 자신이 인플루언서인지 기업 최고경영자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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