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 "여가 슈퍼앱 성장잠재력 확신..투자자서 경영자로 변신했죠"
'발견되지 않은 가치 더 큰 회사'라 확신
인수자 CVC캐피탈 한국대표직 버리고
7개월전 피인수社 경영자로 파격적 행보
취임후 렌터카 가격비교·국내선 확대 등
코로나 불구 작년 거래액 45% 급성장
'즐거움 총량' 늘리는 게 우리 業의 사명
직원부터 즐거운 회사 만들어 나갈 것
‘발견되지 못한 가치가 큰 회사.’ 여가·숙박 플랫폼 여기어때의 정명훈(사진) 대표는 4년 전 투자자로서 여기어때를 대면했던 순간을 이렇게 기억한다. 여기어때는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국내 대표 숙박 플랫폼으로 불렸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내실이 그다지 튼튼하지 못했고 적자도 내는 상황이었다. 적잖은 잡음도 새 나왔다. 하지만 정 대표는 회사가 클 수 있는 잠재력만큼은 확실하다고 봤다. 대중 사이에서 늘어나는 여가 수요, 모바일이 주도하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 속에서 여기어때가 차지하는 위상 등 매력적인 부분이 많았다. 이에 CVC캐피탈파트너스 한국 대표로 있던 정 대표는 인수 작업에 나섰고 현재 여기어때 대표로 직을 바꿨다. ‘여가 슈퍼앱’을 꿈꾸는 여기어때는 정 대표의 주도로 점차 역동적이면서도 단단한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보여줄 성과 또한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정 대표와 만나 그가 걸어왔던 삶, 구상하는 여기어때의 모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성장에 대한 자신감...여기어때로 이끌다=“큰 결정은 일정 부분 충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성적이라면 의외의 결정을 못 내리기도 하죠. 하지만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커리어를 완전히 바꾸지는 않았겠죠?”
정 대표에게 과감한 이직을 결심한 이유를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정 대표가 여기어때의 수장을 맡은 것은 새로운 도전에 가깝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인시아드 경영대학원(MBA) 같은 엘리트 코스를 쭉 밟아온 그는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금융권에서 보냈다. 투자은행(IB)·사모펀드(PEF) 등에서 기업 인수합병(M&A)과 관련한 일을 주로 했다. 그러다 그는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한국사무소 대표로 있던 CVC캐피탈이 여기어때의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다. 그는 직간접적으로 여기어때를 지켜보며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품어온 경영에 대한 꿈을 떠올렸다. 물론 주변의 만류는 만만찮았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던 분야에서 큰 성과를 냈기에 이를 뒤로 하는 것은 아쉬울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어때의 잠재력과 성장성을 확신했다. 그가 회사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여기어때는 오래 전부터 봐온 회사고 비교적 이해도가 높았던 곳이었죠. 여기어때 사람들과 같이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 대표 체제는 지난해 5월 시작돼 약 7개월이 흘렀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여기어때는 적지 않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렌터카 가격 비교 서비스를 선보였고 국내선 항공권 서비스를 늘렸다. 또 ‘온라인투어’의 지분을 사들여 해외여행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회사의 성과도 크게 좋아졌다.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45% 늘었다. 여기어때의 움직임이 다시 빨라져 회사를 대하는 관심 또한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여기어때는 단순히 선형적인 성장 대신 가파른 고속 성장세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어때로 즐거움의 총량 늘리고 싶어”=금융권의 분위기는 상당히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큰 규모의 돈이 순간적으로 오가기 때문에 긴장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그 분야에서 15년간 워커홀릭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승승장구했다. 한국지사 대표를 맡았던 CVC캐피탈은 세계 6대 PEF 운용사로 꼽히는 곳이다. “자정까지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심지어 초창기에는 새벽 3시에 보스(상사)가 저를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가슴에 얹어놓고 잠들기도 했어요. 그만큼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재미도 있었고 희열도 컸죠.” 일에 대한 집념으로 성공 궤도에 올랐지만 그것만으로 온전히 그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업무에 대한 신념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지금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일종의 소명 의식이다. 정 대표는 진지한 분위기에서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갔다. “특히 금융 쪽에 있으면 순간순간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는 유혹이 많죠. 하지만 이럴 때 맡고 있는 일에 대한 올바른 생각이 있어야 트릭(속임수)을 쓰지 않고 오랜 기간 버틸 수 있습니다.” 업을 대하는 묵직한 태도는 분야가 달라졌다고 바뀌지 않았다. 여기어때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뜻 깊고 고귀한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는 평소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내가 아닌 남을 위해 하는 것이고 결과의 매개로서 이용료를 받는 것”이라며 “여기어때로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의 총량을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어때 직원부터 즐거운 회사 돼야”=여기어때는 여가 분야의 슈퍼앱으로 도약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여기어때 직원부터 직장에서 즐거워야 한다는 목표다. 조직이 역동적으로 굴러가고 좋은 인재들이 몰리기 위해서는 여기어때가 오고 싶은 회사가 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한 번밖에 없는 짧은 인생을 대부분 회사에서 보내지 않나”라며 “팀원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하는 일로부터 보람을 찾지 못하고 즐겁지 않다면 아무리 근무시간이 짧아져도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직장에서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게 대표경영자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 대표는 취임 이후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정 대표는 “개발, 영업 마케팅, 콜센터까지 지난해 12월 말까지 모든 팀과 면담을 진행했다”며 “직원들의 건의 사항을 듣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점검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과감한 채용과 업계 최고 수준인 보상 체계 등은 이런 과정을 거쳐 나왔다. 여기어때는 최근 대규모 채용과 함께 직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일괄 지급하겠다는 방침 등을 알렸다. 정 대표는 “구성원들이 느끼는 부족함도 물론 있을 것”이라면서 “여기어때가 의미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구성원과 소통하고 여러 방안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e is...
△1995~1999년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2003~2005년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석사 △2005~2006년 인시아드 MBA △2006~2007년 ABN AMRO투자은행 부문 싱가포르사무소 △2007~2008년 크레디트스위스투자은행 부문 런던사무소 △2009~2012년 스탠다드차타드 사모투자 부문 △2012~2016년 칼라일그룹 △2016~2021년 CVC캐피탈파트너스 한국사무소 대표 △2021년~ 여기어때 대표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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