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의자에 앉았지만..움직일 수 없었다

이한나 2022. 1. 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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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출신 세계적 작가
알리시아 크바데 개인전
세상 가졌다고 으스대도
무게에 짓눌리는 인간 은유
행성처럼 생긴 돌 위 청동의자 작품 `세상의 의자`가 전시장 입구에 놓여 있다.
행성처럼 생긴 돌 위에 청동의자가 놓여 있다. 미술관 진행 요원이 앉는 의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전시의 일부인지 살짝 헷갈렸던 이 작품은 'Siege du Monde(세상의 의자)'다. 그 위에서 인간이 왕의 모습처럼 군림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너무 무거워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형국이다. 인간이 세상을 정복하고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그 무게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갇혀 있는 신세라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라는 작가 판단에 따라 전시장 입구에 배치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미술 작가 알리시아 크바데(42)의 첫 개인전이 소속 갤러리인 쾨닉서울과 페이스갤러리 서울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독일 개념미술에 기반을 두고 현실 인식과 구성 과정을 물리, 화학 등 과학 원리와 결합해 조각과 설치작품 형식으로 풀어가는 작가다.

크바데는 폴란드 출신이지만 어릴 때 가족이 서독으로 망명해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5~2016년 뉴욕 센트럴파크에 이어 201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 전시 작가로 선정되며 더욱 유명해졌다.

전시작은 인간 존재와 인식을 우주적 맥락에 맞춰 펼쳤다. 한가운데 놓인 대형 작품 'Duodecouple Be-Hide'가 대표적이다. 색깔이 다른 돌 12개가 시계처럼 동그랗게 놓여 있고 그 사이에 거울이 있어 둘러싸고 걸어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 돌이 변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원형 돌과 복제품이 섞여 있어 실제라고 믿는 것과 인식의 차이를 드러낸다. 'Self-portrait(자화상)'가 완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된 것도 흥미롭다. 언뜻 보면 시계판처럼 보이는데 작은 유리 약병 12개 안에 산소, 탄소, 구리 등 인간을 구성하는 24개 요소를 담아 배치했다.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된 작품들도 결국은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 결과다. 구리로 된 시곗바늘이나 돌, 종이, 유리, 거울 등을 사용해 십이진법, 엔트로피 등 개념과 존재론적인 고민을 섞어서 표현했다. 아주 치밀하게 계산된 작품이 오브제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살짝 바랜 듯 채도를 낮춘 고급스러운 색감과 절제된 조형미가 빅토리아 시대 공예도 연상시킨다.

작품만으로 조형미가 있긴 하지만, 작가가 직접 본인 작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먼저 보면 이해하기 쉽다. 두 전시 모두 22일까지 열린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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