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엿새 만에 무력시위..남측 평가절하·유엔 안보리 회의 반발 '다중포석'

박은경 기자 2022. 1. 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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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북한이 지난 5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시험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엿새 만에 또 발사한 것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다’는 남측 주장을 무력화하고, 국방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려는 다중 포석으로 분석된다. 또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날에 맞춰 추가 발사함으로써 ‘이중잣대’를 비판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북한은 11일 마하 10 내외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일 새해 첫 무력시위인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국방 발전 5개년 계획의 가장 중요한 핵심 과업 완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틀 후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쏜 것은 마하 6 수준, 고도는 50km 이하”라면서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닌 성능이 과장된 ‘일반적 탄도미사일’로 판단된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범주에 드는 탄도미사일을 추가 발사하면서 남측의 평가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번 시험발사는 미국·일본·유럽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지난 5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회의를 개최한 당일에 맞춰 이뤄졌다. 북한으로선 ‘정당한 무기 개발’을 결의 위반으로 규정하는 유엔의 이중잣대를 비판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연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별다른 대남·대미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았지만 연초부터 이어지는 무력 시위로 간접 압박에 나선 것이다.

최근 미·중, 미·러 갈등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점도 북한이 전략 무기를 실험하기에는 유리한 환경이다.

당초 북한은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군사행동은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중국의 ‘묵인’으로 북한의 연속 무력 시위가 가능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중국은 ‘각국은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는 사실상 문제 없다는 ‘그린 라이트’를 켜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대내적으로는 일정표에 따른 국방력 강화로 내부 결속 효과를 꾀할 수 있다.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핵심과업’으로 규정하고 시간표에 따른 시험발사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국경 봉쇄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경제난도 장기화되는 가운데 5개년 계획 성과를 적극 과시하면서 주민 독려에 나선 것이다.

향후 북한은 자위권 차원의 무기개발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시험발사 일상화를 통한 이중잣대 무력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내달 2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 80주년,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110주년 등 경축일과 3월 남측 대선과 한·미연합훈련 등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서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연이은 도발을 감행하면서도 긴장 조성의 책임은 남측으로 돌리고 있다.

이날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서욱 국방부 장관의 새해 첫날 지휘비행을 언급하며 “남조선 군부는 지금껏 앞에서는 ‘긴장 완화’와 ‘평화’에 대해 곧잘 떠들어 왔지만,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족을 해칠 야망 밑에 북침 전쟁준비에 미쳐 돌아갔다”고 비난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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