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보다 허술하다는데"..전전긍긍 바이오 업체들

송영두 2022. 1. 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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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템임플란트 사태, 바이오 업계 예의 주시
제약·바이오 업계 전체 영향 끼칠까 전전긍긍
업계, 바이오 벤처 회계 시스템 허술해
제2 오스템 사태 일어나지 말란 법 없어
거래소, 상장 시 회계 시스템 더욱 구체적 검증
"2중 3중 회계 시스템 갖춰야 투자자 보호"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오스템임플란트가 역대급 횡령 사태로 기업 운명마저 위태로운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회계 문제에 있어 과거 여러 문제가 제기됐던 바이오 업계는 오스템 사태 여파가 업계 전체에 영향을 끼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048260)는 최근 자금관리 직원 이모 씨가 221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해당 금액은 2020년 말 자기자본 대비 108.1%에 해당하는 역대급 규모다. 시가총액이 2조원에 달하는 코스닥 18위 기업으로 연간 실적도 지속 성장하던 차였지만 부실한 회계시스템에 제대로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다.

지난 3일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은 거래 중지됐고, 지분 55.60%를 차지하고 있는 1만9856명(2021년 9월 30일 기준)의 소액주주들은 대규모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법무법인 한누리와 오킴스 등은 공동소송 원고 모집에 돌입했다. 약 1000여명이 넘는 주주들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업계는 오스템임플란트 사태 후폭풍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 등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바이오 업계에 대한 회계 가이드라인 강화 카드 등을 꺼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규모가 큰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회계 시스템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템임플란트 사옥 전경.(사진=오스템임플란트)
바이오 기업 한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은 대부분 내부 회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기업가치는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조 단위에 달하지만, 매출이 없다보니 회계적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는 이에 비해 내부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한 회계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았음에도 최악의 회계 문제가 발생했다”며 “바이오 벤처는 이런 문제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 벤처들이 체계적인 회계 시스템 구축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매출이 없는 기업이 많다 보니 매출이 있는 기업보다 회계 난이도가 낮다. 비상장사뿐만 아니라 상장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회계 인력을 구성할 때에도 전문 회계 인력이 아예 없는 곳도 있고, 아직도 장부를 수기로 적는 곳도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측은 바이오 기업 상장 심사 과정에서 내부 회계 시스템에 대한 검증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상장심사팀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 상장 심사 과정에서 내부 회계 시스템을 점검한다. 자금 집행이나 흐름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본다”며 “이런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성장성이나 기술성 부분에서 통과해도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한다. 이번 사태로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바이오 벤처에 대한 회계 우려가 있는 만큼 앞으로 상장 심사 시 내부 회계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더욱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로 바이오 업계 회계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감독원 회계심사국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은 바이오 업계가 아닌 개별 기업 사안”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계 규제가 강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이오 업계는 이번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투명한 회계가 가능하도록 내부 시스템 마련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 사태 발생 후 많은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뜨끔했을 것이다. 실제로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무너진 상황”이라며 “허술한 회계 시스템은 기업 신뢰도 문제뿐만 아니라 회사 존폐, 투자자 보호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신약 R&D 만큼 회계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2중 3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두 (songzi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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