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총리 가리키는 대통령 암살 증거들
[경향신문]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지난해 대통령 암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앙리 총리가 대통령 암살 사건 주요 용의자들과 사건 전후로 연락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통화기록에 따르면 앙리 총리는 암살단 조직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법무부 관료 조셉 펠릭스 바디오와 사건 당일인 지난해 7월7일 세 차례 통화했다. 바디오는 당시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되기 전인 오전에 두 차례, 암살사건이 벌어진 직후에도 앙리 총리와 총 7분 간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의 통화사실 확인 요청에 총리실 대변인은 “앙리 총리는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바디오와 통화한 사실이 없으며 그와 대화하는 사이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아이티 관료들과 주요 용의자들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바디오는 사법당국의 추적을 피해다니는 와중에도 앙리 총리의 관저를 방문했으며, 진입 당시 경비원들로부터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전직 검사 베드포드 클라우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앙리 총리와 바디오 간 연관성을 수사하려고 하자 앙리 총리에 의해 자신이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앙리 총리가 관여했다는 의혹 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암살 사건 주요 용의자 중 한 명인 전직 마약 밀거래업자 로돌페 자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이즈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앙리가 유용한 우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디오가 말했다고 주장했다. 자르는 “바디오는 ‘앙리는 나의 친구이고 그 사람은 내 손 안에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아이티는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혼란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특히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차지하려는 지역 갱단들의 유혈충돌이 격화되면서 시민들 피해가 커지고 있다. 앙리 총리는 공석인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수행하고 있는데 수도권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갱단은 그가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앙리 총리를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총리 경호원들과 지역 갱단간 교전 과정에서 1명이 숨졌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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