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한국·대우 '조선 빅딜' 불허 가닥..3년만에 결합 무산 위기

구교운 기자,신기림 기자 2022. 1. 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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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EU경쟁당국 기업결합 불허 가닥..LNG선 독과점 우려"
한국조선, 증자 철회·여유자금 확보..대우조선, 자금난 '막막'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해 인도한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한국조선해양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신기림 기자 =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추진이 3년 만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한국의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 사이 합병을 불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준비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과 지난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양사의 기업결합은 한국과 EU·중국·일본·카자흐스탄·싱가포르 등 6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모두 받아야 한다. 한곳에서라도 승인을 받지 못하면 무산된다.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경쟁당국이 승인을 내린 가운데 한국과 EU,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면서 3년 가까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EU가 불허로 가닥을 잡은 것은 결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이번 결정에 대해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LNG 운반선의 독과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78척 중 68척(87%)을 수주할 만큼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조선 분야 최대 경쟁국인 중국의 LNG 운반선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이중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LNG 운반선 수주량은 각각 32척, 15척으로 전 세계 발주량의 60%를 차지했다.

한국조선해양은 EU 경쟁당국의 독과점 우려와 관련 LNG 운반석 가격을 당분간 인상하지 않고 현지 중소 선박업체들에 일부 건조기술을 전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EU 경쟁당국은 이런 제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했고, 한국조선해양은 EU가 요구한 다른 문제와 관련 구제 조치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U 경쟁당국이 양사의 기업결합을 불허할 경우 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일본 경쟁당국도 불허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EU가 불허한 상황에서 승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결합이 무산되더라도 한국조선해양에 악재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를 위한 증자가 철회돼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결합 계약 당시 산업은행은 소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보통주 전부(55.7%)를 조선통합법인(한국조선해양)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받기로 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미승인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으로의 1조5000억원 증자 계획이 철회돼 여유자금을 고스란히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총 228억달러(226척)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는 2013년 320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한국조선해양은 2년6개월 분량의 충분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수익성 위주의 수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여년 만의 민영화가 다시 요원해진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 해체 후 경영난을 겪다 지난 2000년 공적자금이 투입돼 산업은행에 편입됐다. 2008년에도 매각을 시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화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

자금난 해소도 막막해질 전망이다. 기업결합 계약 당시 산은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을 위해 1조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이 부족할 경우 1조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는 7조66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97.3%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108억달러(60척) 규모의 계약을 따내며 연간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금을 많이 받는 '헤비 테일' 방식의 계약을 맺는 조선업계 특성상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는 데는 통상 2~3년이 소요된다. 지난해와 올해 수주 성과는 2023년부터 본격 반영되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아직 공식 발표가 나지 않은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오는 20일까지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하기가 불가하고 특정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이므로, 앞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던 3개국(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경쟁당국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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