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롱비치항선 핼러윈 장난감 아직도 하역 중.. "올해도 물류난"

이기우 기자 2022. 1. 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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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물류난이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각국 물류업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이런 전망을 내놨다고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에 미국 각지로의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제품들이 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FT에 따르면 미국 서부 LA·롱비치 항구에선 해가 바뀌고 나서도 뱀파이어·유령 분장에 쓰이는 도구들이 컨테이너에서 항구로 하역되고 있다. 원래 지난해 11월 핼러윈 명절에 쓰기 위해 발주된 제품들이지만 물류난으로 배송이 지연되면서 이제서야 배송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물류 그룹인 DSV의 CEO 옌스 비요른 안데르센은 최근의 물류난에 대해 “30년 이상 업계에 종사해오면서 겪은 역대 최악의 사태”라고 했다. 화물 운임 역시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달 말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는 등 코로나 사태 초기에 비해 7배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올해에도 이런 병목 현상이 지속될 경우 운임비가 높게 유지되고, 화물 선적 공간이 부족해지며 소매업체와 제조업체는 만성적인 배송 지연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오미크론 변이 등 새로운 변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주요 도시·항구에 대한 봉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수에즈 운하에서 거대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좌초되며 물류난을 심화시켰고, 세계 5대 컨테이너 항구 중 두 곳인 중국 선전항과 닝보-저우산항이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일시 폐쇄됐다.

특히 중국 정부 조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에는 세계 10대 컨테이너 항구 중 7곳이 소재하고 있는데다, 단 한 건의 코로나 발병도 인정하지 않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코로나 확산 기미가 보이면 해당 지역에 대한 엄격한 봉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인구 1300만명 규모의 중국 대도시 시안은 지난달부터 20일 가까이 봉쇄가 이어지고 있다. 항구도시 닝보도 이달부터 일부 지역이 봉쇄되고 있다.

한국의 설날 연휴에 해당하는 중국의 춘절 연휴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춘절 연휴를 앞둔 시기에는 공장들이 휴식에 들어가고 수출도 다소 감소하기 때문에 물류난이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시기를 이용해 바닥난 재고를 채워넣으려는 미국·유럽 지역에서의 발주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 경우 블랙 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때까지 병목 현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LA·롱비치항의 병목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프라가 낙후돼 있고 아시아 지역 항구들처럼 주7일 24시간 운영되고 있지 않아 하역 적체가 심각하다. 지난 6일 이 항구 앞바다에는 컨테이너선 105척이 대기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오는 7월에는 2015년 체결된 해운사와 항구 노동자들의 단체 협상도 만료된다. 2015년에 이미 9개월간의 협상 끝에 오바마 정부가 개입해서 타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운임이 너무 낮아 세계 유수 해운사들의 담합 구조가 형성됐고, 이 때문에 새로운 선박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물류난이 닥쳤다. 탄소중립 정책으로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된 것 역시 운임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물류난이 심해지자 선사들은 북미 지역과 아시아를 오가는 항로처럼 수익성이 좋은 항로에 선박을 집중 배치하기 시작했다. 컨설팅 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아시아 노선 톤수는 30%가 증가했지만, 아프리카 지역이나 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톤수는 각각 3.3%와 10%씩 감소했다.

이런 흐름들은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DSV 안데르센 CEO는 “물류난 ‘정상화’의 의미가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면, 나는 결코 정상화될 수 없을 거라고 본다”고 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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