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고백에 김다미 키스, 맴찢과 설렘 절정의 순간('그해우리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1. 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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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했던 '그 해 우리는', 그래서 더더욱 폭발하는 감정들

[엔터미디어=정덕현] "보고 싶었다. 국연수. 보고 싶었어. 항상. 보고 싶었어. 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네가 내 앞에 있는데 이상하게 너한테 자꾸 화만 나고, 네가 너무 밉고, 근데 이젠 알 것 같아. 그냥 네가 날 사랑하는 걸 보고 싶었나봐. 나만... 나만 사랑하는 널 보고 싶었나봐. 연수야. 나 좀 계속 사랑해줘. 놓지 말고 계속... 계속 사랑해. 부탁이야."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서 최웅(최우식)은 드디어 꼭꼭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그리고 국연수(김다미)에게 그토록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고 참았던 그 말을 건넸다. 그 고백의 끄트머리에 붙여진 "부탁이야"라는 말이 못내 가슴을 메어지게 만든다. 무엇이 최웅을 이토록 절실하게 했을까. 그간 드러내진 않았지만 국연수에 대한 그의 사랑은 얼마나 절절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에필로그에 담겨진 최웅의 숨겨진 과거사에서 드러난다. 술에 취해 거리를 걷던 최웅이 갑자기 건물 꼭대기를 보기 위해서는 누워야 한다며 벌렁 드러누워 아무렇지 않은 척 꺼내놓은 아픈 과거사. "다섯 살. 여섯 살. 지금 아빠 말고. 진짜 아빠가. 놀린 거 맞지 그렇게 어린 애한테 여기 누워서 저 꼭대기층까지 세어보라고 했으니까 숫자도 잘 몰라가지고 하나 둘 하나 둘만 세다가 일어났던 것 같애. 그랬더니 없었어. 아빠가. 웃기지? 세상에 그렇게 버리는 게 어딨어?"

맙소사. 그는 어려서 친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던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가 왜 국연수에게 "부탁이야"라고 덧붙였는지가 비로소 이해된다. 또 갑자기 돌변해 국연수에게 "친구로 지내자"고 했던 것도. 그는 국연수가 떠나는 것을 그만큼 참기 힘든 아픔으로 느끼고 있었던 거였다. 다시금 국연수가 갑자기 이별을 통보했던 날 했던 말이 얼마나 최웅에게 큰 상처가 됐을 지가 느껴진다. "내가 버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라고 했던 그 말.

국연수는 좋아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할머니와 버텨내야 했던 현실의 무게 때문에 최웅에게 당시 이별을 통보했다. 그가 보기엔 버젓이 잘 살아가는 최웅과 하루하루 버둥대며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자신이 어울릴 수 없다 생각했던 것. 하지만 그건 금세 자신의 오만이었다는 걸 국연수는 깨닫는다. 그가 최웅을 그만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그는 헤어진 후 알게 되었다.

최웅의 숨겨진 과거사를 들은 국연수의 마음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버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며 그 거리에 최웅을 버리고 갔을 때 그가 느꼈을 그 상실감이 그의 과거사와 겹쳐져 얼마나 컸을 지가 느껴져서다. 국연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 흘리는 최웅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맴찢'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그 해 우리는>의 청춘들은 현실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존재들처럼 예쁜 그림 속에 포착되고 있지만, 이들은 저마다의 현실을 꾹꾹 눌러 가슴 깊숙이 숨겨두고 있다. 과거사를 숨기고 있었던 최웅처럼 국연수도 자신이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아내야 하는 막막한 현실의 과거사를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할머니는 최웅에게 국연수를 이해해 달라 당부한다. "연수 그것이 너한테 잘못한 게 있으면 다 나 때문이니께 너무 미워하지 말아. 없이 살아서 지 밖에 모르게 살게 키웠으니께. 갸가 말을 밉게 하는 것도 다 나 때문이고, 성질 불같은 것도 다 나 때문이여. 그러니까 서운한 게 있더라도 이 할미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고 미워하지 말어."

아마도 할머니의 그 말에 최웅도 어느 정도는 국연수가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했던 그 이유를 가늠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웅은 말한다. "연수 안 그래요. 할머니. 그런 애 아니에요. 연수. 정말 좋은 애예요. 저한테 과분할 정도로 멋진 애예요." 그는 깨닫는다. 어린 날 문구점에서 봤던 유기견 쫑쫑이가 이제는 그 트라우마를 잊고 산책을 나가듯, 자신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넘어서야 한다는 걸. 그래서 그는 국연수에게 고백한다. 사랑도 숨겨진 과거사도.

지금껏 <그 해 우리는>는 다소 잔잔한 전개를 이어왔다. 그것은 최웅이라는 인물이 가진 진중함, 과묵함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꾹꾹 눌러놔서일까. 그가 갑작스레 꺼내놓은 감정의 폭발은 훨씬 큰 파장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찢어놓고 설레게 만든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전면에 내세운 예쁜 그림 같은 장면들은 사실 청춘들이 저마다의 아픈 현실을 숨겨둬서였다는 걸 보여준다. 마치 최웅이 며칠을 밤새워 꾹꾹 눌러 선을 긋고 또 그으며 그리는 그림에 숨겨져 있던 어떤 고독과 쓸쓸함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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