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사람들의 지혜' 청산도 구들장 논,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등재

논 바닥에 돌 깔아 통수..400년 역사 지녀

상부 논에서 하부 논으로 물을 대는 통수로가 설치된 전남 완도군 청산면 청산도 구들장 논. 완도군청 제공

물이 적은 섬 특유의 농법인 청산도 구들장 논이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에 등재됐다.

전남 완도군은 11일 “국제관개배수위원회가 청산도 구들장 논을 세계관개시설물 유산(WHIS· World Heritage Irrigation Structure)으로 지정하고 인증패와 인증서를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국제관개배수위원회는 최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총회를 열고 청산도 구들장 논이 100년 이상의 역사성과 지속성을 가진 농업 활동이고, 환경과 연계된 고유한 농업 기술과 기법, 문화를 보유하는 등 요건에 부합한다며 등재를 결정했다.

구들장 논은 전남 완도군 청산면 경사지를 개간한 땅에 크고 작은 돌을 쌓고 흙을 다져 계단식으로 만들어졌다. 상부 논에서 모은 물을 바닥에 돌을 쌓아 만든 통수로를 통해 하부 논으로 흘려보내 농업용수를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경작자의 필요에 따라 물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논농사와 밭농사를 번갈아 할 수 있다. 섬 특유의 계단식 연속 관개 체계로 400여년을 이어져 온 전통적 농업 기술이다.

청산도 구들장 논의 바닥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깔렸고 통수로도 설치되어 있다. 완도군청 제공

청산도 구들장 논은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데 이어 이번에 국내에서 7번째로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에 등재됐다.

국내에서는 2016년 김제 벽골제와 수원 축만제, 2017년 당진 합덕제와 수원 만석거, 2020년 고성 둠벙, 2021년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 등이 잇따라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조상의 지혜가 담긴 청산도 구들장 논의 가치를 국제기구로부터 인정받았다”며 “이를 계기로 세계적 관개 시설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 더욱 애쓰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