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2인자, 내부정보 이용 주식 투자 의혹에 불명예 퇴진
[경향신문]
리처드 H 클라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부의장이 임기 만료 3주를 앞두고 불명예 조기 퇴진을 하게 됐다. 사임 배경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임 압박이 거세지자 스스로 물러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클라리다 부의장은 오는 14일 연준 부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통해 전달했다. 그의 임기는 이번달 말까지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지난해 2월 연준이 금융시장 부양을 위한 긴급조치를 발표하기 며칠 전 연준에 보고하지 않고 최대 500만달러(약 60억원)를 채권 펀드에서 주식 펀드로 옮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당한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보통 연준의 부양조치는 채권보다는 주가 상승에 유리한데 클라리다 부의장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시 연준은 그가 연준 부양조치 발표와 상관없이 계획했던 대로 금융자산 비중을 조절한 것 뿐이라고 대신 해명했다. 하지만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해 10월부터 클라리다 부의장의 해당 거래에 대해 자체조사를 벌여왔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최근에도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라는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자 중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연준의 부양조치 발표 4일 전인 지난해 2월24일 해당 펀드를 매도한 뒤 급락하자 부양조치 발표 전날인 27일 다시 사들였다고 폭로했다.
현지 매체들은 클라리다 부의장의 중도 사퇴를 포함해 최근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나 부동산 투자 등 도덕성 문제로 물러난 연준 이사진이 총 3명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도 부적절한 투자 논란으로 중도사퇴했다. 캐플런 총재는 지난해 애플, 아마존, 알리바바 등 100만달러 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로젠그렌 총재는 상업용 부동산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정작 본인은 상장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매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연준의 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통화정책에 관여하는 핵심 인물들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각각 지난해 9월과 10월에 중도 사퇴했다.
연준은 지난해 10월 복무규정을 재정비해 연준 관계자들의 모든 주식투자를 금지하는 등 고위급 임원들의 금융투자에 대한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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