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항용 감독 "'고요의 바다',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처럼" [인터뷰 종합]

김나연 2022. 1. 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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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나연 기자] 최항용 감독이 ‘고요의 바다’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10일 최항용 감독은 OSEN과 서면을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고요의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당초 최항용 감독이 졸업작품으로 만든 단편영화였지만, 넷플릭스 드라마로 새롭게 재탄생 됐다.

지난달 24일 첫 공개 당일 넷플릭스 국내 순위 1위로 시작한 ‘고요의 바다’는 넷플릭스 공식 집계 기준 공개 2주만에 비영어권 TV 시리즈 1위를 차지 하는 등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최항용 감독은 “첫 작품으로 생각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고요의 바다’를 만들기 위해 고생한 많은 분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요의 바다’는 달을 배경으로 한 SF 드라마. 한국이 여전히 SF 불모지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등장한 ‘고요의 바다’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최항용 감독은 “원래 SF물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겐 ‘고요의 바다’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단지 구현에 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단 부딪쳐보는 성향이어서 도전하게 됐다”고 기획 계기를 전했다.

이어 “우주 SF물을 하려고 하는데 ‘과연 지금 한국의 SF물이 나온다면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라는 고민을 했다. 프로메테우스같이 너무 미래적인 이야기 보다는 조금은 더 현실감 있게 ‘나’와 가깝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했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대로 가상의 먼 행성보다는 우리에게 가깝게 있는 달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이전 영화들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달이라는 무대가 궁금했고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달만큼 인간에게 극한 환경을 갖고 있는 행성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항용 감독은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고요의 바다’에 대해 “지구와 인류 생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전했던 바 있다. 이에 그는 “자원 고갈, 기후변화, 계급갈등, 인권 등등 다양한 메시지들이 이야기 안에 녹아있다. 마음이 끌리는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에 적합한 메시지가 담기기 시작하고 만드는 입장에서도 이야기의 메시지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며 “‘고요의 바다’는 물이라는 소재가 중요하게 다뤄졌고 이것을 먼 우주의 얘기로 국한 시키지 않고 우리의 삶(현실)과 연결시키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원 고갈과 인권 등에 대한 메시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고요의 바다’에 녹아있는 이 질문은 ‘루나’라는 존재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최항용 감독은 “이야기 안에서 지안(배두나 분)과 윤재(공유 분)가 고민하듯이 저 또한 ‘고요의 바다’를 만들면서 그들의 시선에서 함께 고민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저는 작품을 통해 화두를 던지고 고민을 공유하고 싶다”며 “그 다음은 작품을 보시는 분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작중 등장하는 ‘월수(月水)’와 ‘루나’라는 요소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최항용 감독은 “저는 이야기에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넣는 것을 좋아한다. ‘고요의 바다’는 ‘월수’라는 새로운 세계관에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루나는 이 세계관을 만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캐릭터”라고 운을 뗐다.

그는 “아직까지도 과학이 우리 삶과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지는 않다. 우주에는 반물질, exotic matter등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법칙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다양한 가능성들이 존재한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월수’라는 외계물질을 상상해봤다. 극 중에는 ‘물’ 혹은 ‘바이러스’라고 지칭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시청자분들이 좀 더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선택한 단어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월수’를 겉으로는 물 같으면서 바이러스와 같은 작용기전을 가진 ‘외계물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요의 바다’는 마지막 에피소드가 열린 결말로 끝남에 따라 “시즌2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최항용 감독은 “시즌2에 대한 얘기는 작가님과 아주 러프하게 주고받은 정도디. 시즌2의 가능성은 아직 저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만약 시즌2가 제작된다면 ‘월수’와 ‘루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더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항용 감독은 ‘고요의 바다’를 “자식과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원작인 단편을 만든 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10년을 품 안에 품고 있었던 자식인데 이렇게 세상 밖으로 태어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관심을 받는 것을 보니 너무 기쁘고 한편으로는 제 품을 떠나는 자식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저에게 ‘고요의 바다’는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처럼 큰 도약을 위한 첫 발자국으로 남았으면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작품 제목은 ‘고요의 바다’인데 생각하게끔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고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한 작품을 두고두고 곱씹을 것”이라고 전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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