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로잡은 '솔로지옥'.."우리 상대로 '몰카' 하는 건 아닌지" [인터뷰+]
넷플릭스 글로벌 인기 콘텐츠 5위 올라
10위권 이름 올린 첫 한국 예능 등극
'핫'한 프로그램을 이끈 '핫'한 연출자들의 솔직한 입담이었다.
11일 넷플릭스 '솔로지옥'을 연출한 김재원, 김나현 PD가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에 쏟아지는 세계적인 관심에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에서 우리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솔로지옥'은 커플이 되어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서 펼쳐질 솔로들의 솔직하고 화끈한 데이팅 리얼리티쇼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으로 얻어야 하는 지옥도에서 누군가와 커플이되면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럭셔리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단순한 규칙이지만 12명의 참가자들이 펼치는 솔직하고 섬세한 심리변화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핫'한 매력을 풍기는 젊은 남녀들의 커플 매칭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상황이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솔로지옥'은 드라마와 예능 등 모든 TV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순위를 정하는 '넷플릭스 오늘 전세계 톱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지난 9일 5위, 10일에는 7위를 차지했다. 한국 예능이 10권 안에 이름을 올린 건 '솔로지옥'이 최초다.
'솔로지옥' 흥행을 이끈 김재원, 김나현 PD는 본래 JTBC 소속이다. 김재원 PD는 '장르만 코미디', '트래블러-아르헨티나' 등을 연출했고, 김나현 PD는 '1호가 될 수 없어'를 만들었다. '데이팅 프로그램 덕후'라는 공통점으로 뭉친 이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을 선보이면서 이전까지 어떤 예능 연출자도 하지 못한 대기록을 세운 것.
김재원, 김나현 PD는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참가자들이 나오는 순수한 모습 그대로의 데이팅 프로그램을 만들려했다"고 기획의도를 소개했다.
프로그램 인기에 대해 "우리도 잘 모르겠다"면서 웃었던 김나현 PD는 "솔직한 친구들이 나오다보니 감정 변화가 빠르고, 빠른 호흡으로 전개돼 그런거 같다"고 분석했다.
김재원 PD도 "섭외 단계부터 의도적으로 운동을 하는 분들로 하려고 했다"며 "시청평 중 '이 프로그램을 보면 운동을 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면서 저도 웃었다"고 전했다.
다만 시즌2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 '솔로지옥' 시즌2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솔로지옥'에 대한 세계적인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재원 전 세계에서 우리를 상대로 몰카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김나현 저도 순위에 오른게 신기하고 '몰카 아닌가' 우리끼리 그런 말을 했다. 신기했다.
글로벌한 인기 비결이 뭘까.
김나현 우리도 고민해봤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생각한 건 솔직한 친구들도 데이팅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이들이 보여주는 감정 변화가 빨라서 저희 프로그램도 호흡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었던 거 같다.
또 한 가지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자막을 안 넣었다. 보통 한국 예능은 자막을 쓰는데, 오디오가 안 들리거나 룰을 설명할 때 빼곤 자막을 넣지 말자고 생각했고, 자막을 안 쓰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보고 판단할 수 있을거 같더라. 자막을 안 쓰다보니 편집에 더 신경을 쓰고 공을 들였다. 그 부분이 해외시청자들에겐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김재원 모집 단계에서부터 운동하는 분들을 많이 모았는데, 그런 분들이 솔직하고, 자존감도 높다는 특징이 있더라. 당연히 매력도 넘치고, 그런 결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봤을 때에도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싶더라.
또 신경을 쓴 건, 분량을 줄인 거다. 해외 예능 프로그램은 대부분 40분 정도다. 한국은 100분이 넘는 것도 있고. 그래서 한국의 다른 예능보다 짧게 가려고 했고, 편집도 여러 시도를 하면서 러브라인과 관계 없는 부분은 다 자제하려 했다.
시즌2가 나올까.
김나현 우리도 기대는 하고 있다. 하지만 확답하긴 힘들 거 같다.
매력 넘치는 12명의 참가자들을 어떻게 섭외하게 됐을까.
김나현 섭외자 기준 자체가 매력 알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섭외했다. 섭외 과정은 방송 노출과 유튜브는 상관하지 않았다. 우리 프로그램 색과 잘 맞는 사람이라면 제약 없이 섭외했다.
김재원 기존의 데이팅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다른 결을 찾고 싶었다. 그중에 특정 키워드를 말하자면 '운동' '건강' 등이었다. 길거리 전단지도 돌리고, 지원도 받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이 맞는 사람을 찾았다. 검증에 대한 부분도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과 작업이 많았다. 넷플릭스에서 요구하는 시스템화된 검증 단계가 있다. 그래서 검증에 시간이 상당히 필요했다. 모든 출연자가 녹화를 시작하기 전에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하고, 스트레스 상황을 견딜 수 있는지도 체크를 했고, 거기에 통과한 분들만 모셨다. 그래서 더 재밌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제작진 입장에선 그 과정이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그래서 다행이다 싶다.
프로그램 공개 이후 나온 출연자들의 루머, 비방도 있었다.
김재원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서 신뢰했고, 루머도 거짓으로 나왔다. 그리고 인생이 100년 정도 살고, 그 부분의 9일 정도의 모습을, 그것도 연애에 관련된 부분만 저희가 편집해서 보내는 거다. 그걸 갖고 그 사람 자체를 평가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도를 넘는 비방이나 성희롱은 (프로그램을 제작한) JTBC에서도 더 심해지거나 할 경우에 대응을 하려 저희끼리 논의하려 했다. 건전한 비판은 가능하지만,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비방은 대처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김나현 출연자들 모두 촬영 기간 동안 솔직하게 프로그램에 임해준 고맙고 착한 분들이다. 근거없는 비방이나 악플은 멈춰주셨으면 좋겠다는 얘길 꼭 하고 싶었다.
참가자 중 특히 송지아의 인기가 높았다.
김재원 지인의 추천을 받아 미팅을 했다. 처음 봤을 때 인상도 '핫'했다. 핫하다는 게 정의내리기 어려운 단어다. 그런데 송지아 씨는 핫하다는 단어가 인간으로 만들면 이런 친구겠구나 싶었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고, 설명할 때 '핫한게 뭐냐'는 질문에 답이 되는 인물이었다. 섭외 후 유튜브를 봤는데 더 확신이 들었다.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이면서 패션과 뷰티에 관심이 많고, 적절히 자신의 내면과 녹여낼 수 있어서 완벽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반응이 놀라우면서도 동시에 그럴만한 친구라는 생각도 든다.
김나현 우리 프로그램에 맞는 사람이 '솔직하고 핫한 사람'인데, 거기에 부합하는 인물이었던 거 같다. 여름 룩북 영상을 보고 '우리 프로그램에 딱 맞겠다' 싶었다. 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매력을 촬영하면서도, 편집하면서도 봤다.
김재원 다만 송지아 씨만 돋보이게 하려 편집한 적은 없다. 우린 러브라인에 집중했고, 송지아 씨가 남자분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많이 등장했던거 같다.
최종 네 커플이 탄생했는데,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든 매칭률이다. 지금도 교제하고 있을까.
김재원 무인도에 있어서 그런거 같다. 실제 교제는 모르겠다. 프로그램 녹화를 마친지 6개월이 지난 후라 사생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게 맞는 거 같다. 공개 여부는 그 분들 각자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놀랐던 순간들이 있었을까.
김나현 문세훈 씨가 신지연 씨와 천국도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우리도 모두 놀랐다. 반전이었다.
김재원 중간에 바다에 남자참가자들이 뛰어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젊은 친구들의 아름다움을 봤다. 자기들끼리 일몰을 보며 신나서 물놀이 하고, 장난치고,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걸 하고 싶었던 거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실에서도 몇 번이나 돌리고, 음악도 신중하게 골랐다.
데이팅 프로그램의 차별점은 세부적인 규칠일텐데, 가장 신경쓴 규칙이 있나.
김재원 솔로'지옥'이듯 지옥도와 천국도의 차이가 커야 했다. 또한 감정의 문제도 생각했다. 지옥도에 남은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자신이 함께있길 바라는 사람이 천국도에 가는 걸 견뎌야 했다. 그래서 천국도에 가는 방식을 많이 고민했다. (그런 이유로) 참가자들도 감정적으로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데이팅 프로그램 마니아라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김재원 제가 보고 싶은 데이팅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고, 이전과 최대한 안겹치고 싶었다. 그것에 가장 큰 포인트는 출연자들의 결이었다. 이전까지 프로그램에 안나왔을법 하지만, 매력있고, 솔직하고, 다른 세대의 느낌이 나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
반응도 다 챙겨보는데, 가장 재밌었던 건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이거 보면 운동하고 싶어진다'고 하더라. 그리고 맘카페 회원분들이 '젊은 친구들 매력있다'고 하는 말들을 하시더라. 저희도 그런 마음으로 했다. 그렇게 따뜻하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김나현 최근 많이 데이트 프로그램들이 나왔다. 그 프로그램들만의 매력이 있지만, 저희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우편함에 쪽지를 넣고, 아날로그로 돌아간 듯한 설정을 그래서 넣었다. 부가적인 것들은 걷어내고, 튜닝을 덜 거친 순정 느낌의 데이팅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요즘 짝짓기 예능이 다시 인기를 모으는 이유가 뭘까.
김재원 데이팅 프로그램은 이 시기 뿐 아니라 꾸준히 사랑받았고, 전세계적으로도 사랑받은, 클래식에 가까운 장르다. 남의 연애사는 기본적으로 재밌으니까. 또 요즘 리얼을 좋아하는데, 데이팅프로그램 만큼 리얼함을 프로그램에 담기 쉬운 장르가 없다. 누굴 좋아하는 감정은 숨길 수 없는 거니까. 그 부분을 공감하면서 보시는 거 같다.
'솔로지옥'은 순차 공개를 선택했다.
김나현 데이팅 프로그램이다보니 결말을 먼저 공개하기보다는 순차 공개를 해야 스포일러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재원 비연예인이 나오기 때문에 그들이 대중들에게 친근해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자막이 없어서 이름을 외우는 것에도 한참 걸리더라. 그런 부분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JTBC 소속이다. 넷플릭스 제작과 일반 방송사 제작의 차이는 뭘까.
김나현 연출자로서 느낀 좋은 부분은 제작기간이 길었다는 거다. 저희는 항상 주간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매주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면 질적인 면에서 연출자로서 포기하고 가야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 부분이 늘 아쉬웠는데, '솔로지옥'을 제작할 땐 시간도 여유있었고, 편집이나 후반작업에 공들여 만들 수 있는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PD로서 굉장히 호사스러운 경험을 한 거 같다.
김재원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열려있는 편이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수위나 이런 것에 대해 개의치 않고 진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PD로서는 꿈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다.
한국판 '투핫'이라는 평도 있다.
김나현 솔직한 출연자들이 나와서 말하고, 그걸 보고 '투핫'을 생각해주신다는 것도 감사하다. 하지만 보시는 분은 알겠지만 감정 변화나 결은 다르다.
김재원 블라인드로 참가자를 모집하다보니 그런 말이 나온 거 같더라. '투핫'을 보고 기획한 건 아니라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지옥도가 너무 예쁘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나현 그 반응 봤는데, 벌레도 많고, 덥고, 지내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다만 이건 생존 프로그램이 아니니 너무 지옥같이 만들면 연애를 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짝을 찾기 위해 온 것이지 지옥 체험을 하러 온 건 아니니까.
몇몇 출연자들의 분량이 적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재원 데이팅프로그램은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준에서 하다보니 김준식, 안예원 씨 커플은 처음부터 고착화돼 평안히 가는 분위기였다. 다른 커플들은 난리가 났었고.(웃음) 그래서 조금 미안한 마음은 있었다. 현장에서 행복하게 지냈고, 저희가 보기에 좋았지만, 분량 조절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된 거 같다.
현장의 리얼리티도 궁금하다. 제작진 개입은 어느정도였을까.
김나현 대본이 있는게 아니냐는 피드백이 굉장히 많았다. 당연히 대본은 없다. 현장에서 가이드를 준 부분도 0에 가까웠다. 부탁한 건 딱 하나였다.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언어로 말해달라는 정도였다.
김재원 연예인이 아니다보니 쑥쓰러움이 많은 분들이 있었다. 최대한 말을 많이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나가면 평가가 나오고, 저희가 책임져 줄 수 없기에 개입해선 안 된다 생각했다. 그들의 선택은 신성해야 했다.
MC들의 활약도 돋보였는데, 섭외 배경이 궁금하다.
김재원 원래 다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다. 홍진경 씨는 지난해 유튜브 콘텐츠 '공부왕 찐천재'로 핫했고, 규현 씨는 '라디오스타'로 같이 했는데 좋아했었다. 두 분이 '라디오스타'에서 티격태격했던게 참 재밌었는데, 그 분들이 중심을 잡아주시면 재밌을 거 같았다. 또 한해 씨는 연애에 관련해 누구보다 할 말도 많고, 잘 할 수 있을 거 같았고, 이다희 씨는 워너비 같은 여성인데 그분이 와서 말해준다면 신뢰감있지 않을까 싶었다.
김나현 결론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모았는데, 그 조합이 참 좋았다.(웃음)
남녀연출자라 남녀 시선이 골고루 투영됐다는 생각도 든다.
김나현 저도 편집하면서 그런 부분을 느꼈다. 둘이 하다보니 참가자들의 시선을 균형있게 맞추고 그런 작업이 있었다. 저희가 성별도 다르지만 성격도 완전 다르다. 그런 것들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도 반영됐다.
김재원 섭외 과정에서도 여자는 제가, 남자들은 김나현 PD의 생각이 주로 작용을 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갔던거 같다.
이번 프로그램 만들면서 연애와 결혼,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을 거 같다.
김재원 저희가 거창하게 말할 부분이 아닌거 같다. 연애, 결혼 역시 각자 생각이 다르고, 사생활이라고 본다. '솔로지옥'이라고 해서 '솔로는 지옥, 커플은 천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팅한 상황이 지옥도와 천국도이고, 이 분들이 솔로라 간결한 조합으로 간 거였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나서도 변함은 없다. 전국의 수십만 연애 스토리 중 2~3개 정도만 소개한 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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