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제조업, 외국인 투자 3년 연속 감소.. 규제에 매력도는 '뚝'

세종=전준범 기자 2022. 1. 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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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외국인직접투자 3년 연속 감소세
매년 쏟아지는 규제에 팬데믹發 공급난까지
서울 마이스터고 작년에 처음으로 미달 사태
韓 제조업 비중 커 흔들리면 경제도 휘청
경북 포항의 한 대기업 생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2020년 기준 2472만 개)에서 가장 많은 비중(482만 개)을 차지하는 제조업에 드리운 위기 그림자가 날로 짙어진다. 문재인 정부 기간 쏟아진 4000여 개 규제가 외국인의 한국 제조업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악화한 글로벌 공급난이 국내 제조업 생태계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제조업 FDI는 3년째 역행했다. 제조업 종사자도, 제조업에 종사하기 위해 공부하려는 사람도 점점 줄고 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 2공장의 완성차 주차장. / 연합뉴스

◇ 3년째 줄어드는 외국인의 韓 제조업 투자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 FDI가 지난해 50억달러로 2020년 대비 16.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제조업 FDI는 2018년 100억5000만달러를 찍은 후 2019년(82억2000만달러)과 2020년(59억7000만달러)에 이어 2021년까지 3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부터 위축 흐름을 보였다는 말이다.

반면 지난해 한국에 대한 FDI는 전년 대비 42.3% 증가한 295억1000만달러(신고 기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고 금액이 1년 전보다 64.2% 늘어난 서비스업이 FDI 호실적을 이끌었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제조업의 투자 매력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설비투자 등을 동반하는 제조업은 서비스업보다 회복 속도가 느린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하면서 제조업 비중이 줄어드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5%에 달한다. 글로벌 제조 강국 독일(19.1%)과 일본(20.7%)은 물론 미국(10.9%), 이탈리아(14.9%), 영국(8.7%)보다 크다.

제조업 경쟁력 하락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손실도 그만큼 막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심화한 글로벌 공급난이 우리나라 산업 생산성에 어떤 충격을 줬는지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통계청의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던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의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9% 줄었다. 1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였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에 따른 자동차 생산 감소(-5.1%)와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1차 금속 생산 감소(-5.9%) 등이 광공업 생산(-3.0%)에 영향을 준 게 전산업 생산을 통째로 흔들었다. 여기에 설비투자도 5.4% 줄었다. 산업계의 활력 둔화에 제조업 출하는 2.9% 감소한 데 반해 제조업 재고는 3.5% 증가했다.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 비율도 121.0%로, 전월보다 7.5%p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월 11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구미형 일자리 LG BCM 공장 착공식에서 참석했다. / 연합뉴스

◇ 4년간 4000여 개 규제…이달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코로나19 같은 대외 변수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국내 제조업의 경영 환경이 예전보다 나빠진 영향이기도 하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지난달 22일 ‘우리 제조업의 위기와 대응과제’를 주제로 열린 산업발전포럼에 참석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발의된 규제 법안은 3950건으로, 이전 정부(1313건) 대비 3배가량 늘었다”며 “2020년 한 해 동안 신설·강화된 규제는 1510건으로 2019년 대비 55%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체파견근로 금지, 상법상 다중대표소송제도, 감사위원 분리선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보유 지분 상향 등도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중 이달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소속 근로자뿐 아니라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종사자가 중대재해 사고를 당해도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 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법이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 대한 외국 기업의 투자 매력도는 날로 떨어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5년(2015~2019년)간 한국의 FDI와 내국인해외직접투자(ODI) 지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기간 한국의 그린필드형(생산설비 투자) FDI는 직전 5년 대비 16.8% 감소했다. 반면 그린필드형 ODI는 직전 5년 대비 6.9% 증가했다. 한경연은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생산시설 투자는 줄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는 늘어났다”며 “FDI·ODI의 질적 악화로 국내 고용 감소가 우려된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종사자는 2015년 437만명에서 2020년 427만9000명으로 5년 새 9만1000명(2.1%) 감소했다. ‘한국형 기술 명장’을 양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취업 명문’으로 인기를 누려온 마이스터고도 작년에 서울에서 처음으로 미달 사태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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