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열이 곁에서 편히 쉬세요"..배은심 여사 광주 망월묘역서 영면
[경향신문]
“이제 한열이 곁에서 편히 쉬세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로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고(故) 배은심 여사가 11일 아들의 묘가 멀리 바라다보이는 광주 망월묘역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노제를 진행했다. 고인은 시민 200여명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길을 떠났다.
노제는 연세민주동문회 이인숙 회장이 연보낭독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 회장은 “배은심 어머니는 1987년 이한열 열사가 독재 정권의 최루탄에 맞아 숨진 뒤 그해 8월부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활동을 시작하셨다”며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받는 가족이 생기지 않도록 민주화 시위와 집회가 열리는 곳에 함께 해오셨다”고 애도했다.
한동건 상임장례위원장(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배 여사가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시민들은 고인이 국회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외치는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추도사에서 “잔인한 국가폭력에 사랑하는 아들을 앞세워 보내야 했던 어머니는 한평생을 편한 집 대신 비바람 몰아치는 거리로 나서야 했다”며 “약자를 품어 안은 시대의 어머니셨다. 이 땅의 수많은 민주시민은 어머니의 강인한 눈빛과 따뜻했던 품을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고인의 장녀인 이숙례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저희 오남매는 어머니가 걸어오신 민주의 길에 한 발 짝 더 다가가겠다”면서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간 35년 세월, 애가 타 울부짖으며 불러내던 그 울음도 이제는 들을 수 없다. 이제 한열이와 편안히 영면하시길 간절히 빈다”고 말했다.
이날은 고인의 여든세 번째 음력 생일이기도 했다. 노제에 앞서 유가족들은 빈소가 차려진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하면서 영정 앞에 생일 케이크를 차렸다.
노제를 마친 고인은 자택과 아들이 먼저 잠든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을 들린 뒤 망월묘지 8묘역에 안치됐다. 이 묘역은 배 여사의 남편이 안장된 곳으로 이 열사의 묘소를 멀리 마주 보고 있다.
배 여사는 아들 이한열 열사가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경찰의 최루탄에 숨진 것을 계기로 민주화·인권 운동 등에 헌신했다. 그는 지난 3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뒤 퇴원했지만 지난 9일 다시 쓰러져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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