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교정 돼지 심장, 인간의 가슴을 다시 뛰게 했다"..인간 이식 첫 성공

김민수 기자 2022. 1. 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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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메릴랜드대 의료진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진이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메릴랜드대 제공.

유전자 교정으로 면역 거부 반응을 없앤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 이식하는 수술이 처음으로 시도돼 성공했다.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은 심장병 환자인 57세 남성 데이비드 베넷(David Bennett)에게 유전자 교정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의료진은 “수술을 받은 환자는 3일간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다”며 “유전자 교정 동물의 심장이 즉각적인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인체에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진은 “수술이 완전히 성공했는지 여부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수술을 받은 베넷은 부정맥으로 병원에 입원에 6개월 이상 체외막산소공급장치(에크모)’에 의존했다. 기존의 심장 이식 수술은 불가능했고 인공 심장 펌프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술 전날 환자인 베넷은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는 것 외에 선택지는 없었고 나는 살고 싶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에게 더 이상 치료 가능한 방법이 없는 경우에 진행하는 응급수술로 메밀랜드대 연구진의 유전자 교정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허용했다. 수술은 지난 7일(현지시간) 메릴랜드대학병원에서 약 8시간 넘게 진행됐다. 수술 후 3일이 지난 10일(현지시간)에도 베넷은 에크모를 연결하고 있지만 이는 심장 이식 수술 환자들에게는 일반적인 상황이다. 수술을 이끈 바틀리 그리피스(Bartley Griffith) 박사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식된 심장은 맥박과 압력을 정상적으로 생성했으며 그의 심장이 됐다”며 “현재 상태라면 이르면 11일(현지시간) 에크모를 제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을 주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왼쪽)와 환자인 데이비드 베넷. 메릴랜드대 제공.

미국 재생의료기업 리비비코어(Revivicor)가 유전자 교정과 복제라는 2가지 기술을 적용한 돼지를 이번 수술에 활용했다.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3개와 성장 유전자 1개를 비활성화시키고 인간의 면역체계를 견딜 수 있는 유전자 6개를 새로 넣었다. 면역 거부 반응을 억제하기 위한 약물로는 기존 면역억제제와 제약사 키닉사 파마슈티컬즈(Kiniksa Pharmaceuticals)가 새로 개발한 신약도 활용했다. 

미국에서는 이식을 위해 기증된 인간 장기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의 장기이식 시스템을 감독하는 기관인 장기공유연합네트워크(UNOS, 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이뤄진 장기 이식 수술은 약 4만1354건으로 이 중 심장 이식 수술은 약 3800건에 불과하다. 매일 약 12명이 이식용 장기 부족으로 사망하고 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중이지만 면역 거부 반응 문제로 대부분 실패했다.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아이에게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지만 면역 거부 반응으로 21일만에 사망했다. 

영장류와 달리 돼지는 사육하기 쉽고 약 6개월 만에 성년으로 자라기 때문에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동물로 주목받았다. 심장의 크기도 사람 심장의 약 94% 정도이고 해부학 구조도 유사하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부분적으로 돼지 장기가 사람에게 이식되고 있다. 돼지 심장 판막은 일상적으로 사람에게 이식되고 있으며 일부 당뇨병 환자는 돼지의 췌장 세포를 이식받고 화상 환자들은 돼지의 피부를 이식받고 있다. 

특히 로버트 몽고메리(Robert Montgomery)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Langone Health) 이식센터장 연구팀이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의 신장을 뇌사자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하고 지난해 10월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수술을 이끈 로버트 몽고메리(Robert Montgomery) 이식센터장은 “이번 메릴랜드대 연구진의 돼지 심장 이식은 이보다 한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클라센(David Klassen) UNOS 최고의료책임자는 “이번 수술은 장기 이식 수술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인간의 장기가 이식된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거부 반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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