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호랑이의 자극과 애정..'최고 빅맨' 이승현 "하윤기, 계속 막아야죠"

김은진 기자 2022. 1. 1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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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오리온 이승현(왼쪽)이 지난 10일 KT전에서 하윤기의 수비를 피해 슛을 쏘고 있다. KBL 제공


지난해 12월28일, 고양 오리온은 개막 이후 수원 KT에만 3연패를 당했다. 이승현(30·오리온)이 화제에 올랐다. 오리온의 핵심 전력 이승현과 KT의 신인 센터 하윤기의 빅맨 대결이 경기의 핵심이었다.

경기 뒤 KT 선수단의 인터뷰가 이승현을 더욱 화제 속으로 끌어들였다. 서동철 KT 감독은 “이승현이 조금은 거북해하는 느낌도 받았다”고 했다. 라운드를 거듭하며 국내 최고 빅맨 이승현과 맞대결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은 신인 하윤기의 활약을 칭찬하기 위해 꺼낸 표현이었다. 하윤기도 “경기를 거듭하면서 밀리지는 않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가 이승현에게도 전해졌다. 이승현은 “원래 진 경기에 대한 기사는 보지 않는데 주변에서 이야기해줘서 알게 됐다”고 했다. 오리온 두목호랑이 이승현의 자존심이 폭발했다.

지난 10일 열린 KT와 올시즌 네번째 대결에서 이승현은 23득점 9리바운드 2스틸로 대활약하며 오리온의 89-81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KT가 3쿼터 추격하려 하자 4쿼터 시작과 함께 몰아붙이며 이 마지막 쿼터에서만 8득점을 올려 추격의 기세를 완전히 꺾었다. 또다른 빅맨 이종헌이 부상으로 개막 이후 뛰지 못하는 가운데 평균 출전시간이 리그 1위(34분29초)인 이승현은 지난 3경기에서 각 11득점, 2득점, 7득점에 그치면서 부진했다. 그대로 오리온의 3연패로 이어졌지만 이승현이 이대성과 함께 폭발한 이날, 오리온은 선두였던 KT에게 첫승을 거두며 다시 일어섰다. 이번에는 서동철 감독이 이승현의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모든 면에서 하윤기가 이승현에게 한 수 배운 경기였다”고 했다.

이승현은 KBL에서 손꼽히는 토종 빅맨이다. 골밑 몸싸움은 물론 슛까지 정확해 오리온 전력의 절대적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시즌, 키가 6㎝ 더 크고 나이가 7살 어린 대형신인 하윤기(23·KT)가 등장해 토종 빅맨 지도를 새로 쓰려 하고 있다. 공교롭게 오리온이 KT에 매번 지면서 현역 빅맨 중 최고로 불리는 이승현이 갓데뷔한 신인과 비교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승현은 “지난 3라운드 경기 뒤 인터뷰는 당연히 이긴 팀의 여유라 생각하고 인정했다. 하지만 다음에 만나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키가 더 큰 하윤기가 골밑에서 집중 견제하니 이승현은 미들슛 비중을 늘린다. 이승현은 “체격 차이가 있다. 캐디 라렌과 (하)윤기가 너무 커서 내가 골밑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윤기가 따라오지 못하는 걸 해야지 하고 미들슛 비중을 높이게 된다”며 만만치 않은 신인 후배를 상대하며 달라진 모습도 설명을 했다.

이승현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4년 프로 데뷔했다. 프로에서도 잘 하고 싶다는 뜻으로 “두목이 되겠다”고 한 각오에 고려대 상징인 호랑이를 더해 두목호랑이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윤기는 고려대 7년 후배다. 두목호랑이와 새끼호랑이가 서로 자극과 애정을 주고받는 시즌이다.

이승현은 “윤기가 신인답지 않을 정도로 잘 하기는 한다. KT에서 대체불가 선수로 성장하고 있고 다음 세대를 끌어갈 빅맨이다”며 “학교 후배라 애정은 간다. 내가 너무 많은 걸 알려준 게 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다”고 웃었다. 이승현은 “지난번에는 윤기가 확실하게 알려줘서 이번에는 선배로서 프로 세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후배지만 경쟁 팀의 상대니까 하는 수 없다. 다음에 만나도 이번처럼 똑같이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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