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도 문자도 멈췄다"..'깡통'된 블랙베리, 눈물의 이별식

윤지원 기자 2022. 1. 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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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블랙베리 운영체제 지원 종료
마니아층 "개성 표출 수단 사라져 아쉬워"
사진=NHN.© News1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이제 정말 전화기로는 깡통이 된 거죠. 사실상 남은 용도는 관상용이에요."

지난 4일 블랙베리 구형 모델의 운영체제(OS) 지원이 공식 종료됐다. 대상은 블랙베리 7.1 이전 버전, 블랙베리 10 소프트웨어, 블랙베리 플레이북 2.1 이전 버전이다.

이로써 마지막까지도 블랙베리를 손에서 놓지 못했던 마니아층은 이번 OS 종료를 끝으로 블랙베리에 이별을 고하게 됐다.

앞서 블랙베리는 지난 2020년 9월에 OS 종료 소식을 전하며 "해당 OS를 탑재한 기기는 데이터, 통화, SMS, 911 기능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블랙베리 Δ클래식 Δ패스포트 Δ볼드 Δ커브 등의 모델과 태블릿 PC인 플레이북 제품이 작동을 중단한다.

지난 2018년 7월27일 서울 중구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블랙베리 키투 국내런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방한한 알란 르준 블랙베리 모바일 글로벌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7.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비스 종료에 '아쉬움'…일부 기능 여전히 작동되는 등 '혼선'

이번 OS 종료에 대해 블랙베리 이용자들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제는 놔줘야 할 때"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이용자는 OS 종료 전날인 지난 3일 "전화, 문자가 멀쩡히 잘 됐는데 이제 공기계 수준도 안 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기회에 블랙베리 신형 모델로 바꾸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블랙베리 OS가 아닌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한 키원, 키투 등의 신형 제품은 이번 서비스 종료와 무관하다.

2년 넘게 블랙베리 키원을 사용했다는 김모씨는 10일 "획일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만의 개성을 나타내주던 수단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쉽다"며 "이제 떠나보내지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공식적으로는 지난 4일 OS 지원이 종료됐지만 문자나 통화 등의 기능이 여전히 작동되는 일부 사례가 나오면서 이용자도 어리둥절했다. 문의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이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블랙베리 한국법인은 지난 2013년에 국내에서 철수한 지 오래다.

이와 관련해 이용자들의 문의를 받는 통신사들은 서버 운영의 주체는 블랙베리사기 때문에 통신사에서 별도의 조치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7월27일 서울 중구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블랙베리 키투 국내런칭 기념, 블랙베리모바일 알란르준 글로벌 대표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모델들이 블랙베리 키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018.7.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여전한 마니아층…"남들 다 쓰는 갤럭시·아이폰은 재미없어" 국내 블랙베리 이용자들은 많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설문조사에 응답한 2359명 중 블랙베리 이용자는 0.13%에 불과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기기와 호환되지 않으면서 블랙베리를 실사용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2018년 카카오톡은 블랙베리 OS를 탑재한 기기에 서비스 지원을 중단했다.

그러나 마니아층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유의 디자인과 감성 때문에 '블베병을 앓는' 이들은 아직까지도 꾸준한 관심을 보인다. 실제로 블랙베리 관련의 한 네이버 카페 이용자 수는 10일 기준 17만여명이었고 이들 중 카페를 즐겨찾는 멤버는 2만여명에 달했다.

이달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니아층의 블랙베리 "생존 전략"이 꾸준히 올라왔다. 구형 기기와 호환되는 앱이나 오류에 대한 해결방안 등 자구책을 공유하는 식이다. 이는 블랙베리 한국법인이 지난 2013년에 철수하면서 문의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이 없어진 탓도 있다.

김씨는 "갤럭시, 아이폰 남들 다 쓰는 건 재미없다"며 "마이너함과 한계를 극복하면서 느끼는 희열감과 유니크함에 블랙베리를 계속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계 시장 점유율 20%에서 0.2%로 하락…"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번 OS 종료 결정은 블랙베리가 지난 2016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2020년 9월 블랙베리사는 종료 이유에 대해 "오늘날 블랙베리사는 보안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99년 양방향 호출기 '블랙베리 850'을 선보이며 등장한 블랙베리는 특유의 쿼티(QWERTY) 자판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이메일 서비스의 편리함과 자체 운영체제의 보안성 등을 인정받아 인기를 끌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해 일명 '오바마폰'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2000년대 당시 블랙베리는 현재의 갤럭시나 아이폰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블랙베리의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9년에 20%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블랙베리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5년 4분기 기준 0.2%로 하락했다.

2016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 발표한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제조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중국의 가전제품 제조기업 TCL이 블랙베리 브랜드의 사용권을 확보하면서 블랙베리 스마트폰 생산에 나섰다. 그러나 TCL은 지난 2020년 8월을 끝으로 블랙베리 생산을 종료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스타트업 온워드모빌리티가 블랙베리의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출시 소식을 전해 이용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출시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g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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