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톡] 함익병 유튜브 콘텐츠 삭제 정권 배후설 진짜일까

금준경 기자 2022. 1. 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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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가이드라인 '백신효과 부정' 금지 명시하고 있어
"한국 정부 삭제요청 1위" 조선일보, 방심위 체제 차이 살피지 않아
정부검열과 플랫폼 검열은 맥락 달라, 명확히 구분하고 논의해야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명백한 언론탄압”. 의사 함익병씨의 유튜브 영상이 삭제되며 '언론 탄압'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코로나19 백신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상이 일방적으로 삭제됐기 때문인데요.

함익병씨는 유튜브 댓글을 통해 “탄압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유튜브 담당자 해명대로 인공지능(AI)에서 인식한 자동 알고리즘 탓인지, 의도된 다수의 정보 왜곡으로 인한 결과인지, 그 이상의 레벨에서 내려온 외압인지”라며 “어느 경우이든 지금의 삭제 행위는 구글의 사훈(Don't be evil·악마가 되지 말자)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 유튜브 채널 '의학채널 비온뒤'에 올라온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씨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비온뒤 갈무리

이후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영상이 복구됐지만 의혹은 남았고, 언론은 이를 적극 보도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정부 배후설'에 무게를 싣습니다.

조선일보는 “K방역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똑같이 삭제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정부 차원의 온라인 게시물 삭제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다. 2020년 한국 정부가 구글에 지우라고 요구한 콘텐츠 개수는 미국의 5배, 일본의 50배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경제는 “함 원장의 영상이 현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반대되는 내용을 주장하고 있어 특정 게시물만 선택적으로 검열이 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삭제요청 한 적 없다

누가 영상 삭제를 결정한 걸까요. 유튜브에 코로나19 관련 정보 시정을 요구하는 기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입니다. 방통심의위는 표면적으론 민간 독립기구지만 정부·여당이 다수 위원을 추천하는 구조입니다. 구글은 방통심의위의 심의로 인한 시정요구를 '정부 요청'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방통심의위에 확인 결과 해당 영상에 '차단' 결정을 한 적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구글코리아 역시 자체적인 삭제였다는 입장이죠.

사실 한 해에 코로나19 관련 시정요구 건수는 그리 많지 않고, 이 정도 의혹은 방통심의위가 시정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인터넷 사업자 전체에 코로나19 관련 시정요구(삭제 또는 차단)는 20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내용을 보면 마스크 5부제가 선거 조작을 위해 도입됐다는 등 허위 여부가 명확한 경우에 한해 조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몰래 요구한 건 아닐까?

표면적으로는 유튜브의 판단으로 삭제했다 하더라도 정부가 이 과정에 몰래 개입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튜브는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2019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요구한 불법·유해정보 가운데 구글이 삭제한 게시글은 9.6%에 그쳤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즉 방통심의위가 시정요구를 결정해도 유튜브는 자체적인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우선하기에 열 중 아홉은 따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암암리에 정부 요청을 들어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시회적 거리두기 및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 제기까지도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부 삭제내역'과 엮어 기사를 쓰기에 앞서 함익병씨의 영상 삭제가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통해 어떠한 경우의 코로나19 콘텐츠가 규정 위반인지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백신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코로나19 관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은 생각보다 빡빡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가 바이러스의 확산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동영상' '자연 감염을 통해 집단면역을 얻는 것이 백신 접종보다 안전하다는 주장' 등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정부의 구글 삭제요청' 왜 많을까

그렇다면 조선일보의 '정부 차원의 온라인 게시물 삭제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라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함익병씨 논란과 별개로 정부의 무분별한 삭제 요청이 이뤄지는 데 대한 경계는 필요합니다.

다만 제도적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을 대상으로 심의를 하는 특수한 상황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민간에서 담당하는 심의를 한국은 공적 기구가 하고 있으니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할 때 과도한 수치가 나오게 됩니다. 이 제도는 비정상적이기에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UN)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도 '민간 이양'을 요구할 정도입니다.

아울러 어떤 내용을 삭제 요청했는지 살필 필요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8월까지 방통심의위 시정요구 건수는 △성매매 및 음란 유형(21만3017건) △도박(19만1386건) △불법식의약품(15만853건) 순으로 많았습니다. 성매매 및 음란 정보 관련 조치만 30%에 육박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이 강화되면서 성매매 및 음란 유형 관련 조치는 더욱 늘었습니다.

▲ 유튜브 스마트폰 화면. 사진=gettyimages

즉 한국은 방통심의위라는 공적 기구가 온라인 심의를 강력하게 하는 점이 다른 민주국가와는 차이가 있고, 그 내역을 보면 대부분은 '비정치적인 분야'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이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검열'과 '플랫폼 검열', 구분해야 한다

정부 주도 심의가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방통심의위가 '명백한 허위'만 조치한다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 대한 허위정보를 '코로나19 방역 저해'를 명분으로 시정요구한 사실은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통신심의는 제도 자체가 과도합니다. 그렇다면 이 제도에 대한 진단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지, 단순히 '정부 요청 삭제 내역 많다'는 점만 강조하는 건 지나치게 단편적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문제는 '정부 검열'이 아닌 '플랫폼 검열'에 대한 접근으로 풀어야 합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글로벌 플랫폼 유튜브가 '방역 저해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전례 없는 강력한 심의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나 '백신 효과에 대한 우려' 정도는 논쟁의 대상일 수 있는데 유튜브는 강경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튜브는 심의 과정이 지나치게 불투명합니다. 그렇다면 플랫폼 자율규제 '기준'의 적절성과 '투명성'에 대한 논의를 언론이 해야 합니다.

함익병씨는 콘텐츠가 삭제된 당사자로서 다양한 생각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맥락이 다른 통계를 끌어와 쓰거나 막연하게 '정부 검열' 가능성을 제기하는 보도는 생산적 논의를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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