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지상파, 악덕사업주 불명예 안고 갈 것인가

미디어오늘 2022. 1. 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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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0일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지상파 3사 보도·시사교양 방송작가 363명 중 152명이 노동자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30일부터 올해 1월10일까지 빅카인즈(뉴스빅데이터 분석 사이트)에서 '특별근로감독'을 키워드 검색한 결과 지상파 3사를 포함한 방송사들은 이번 발표 결과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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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334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지난해 12월30일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지상파 3사 보도·시사교양 방송작가 363명 중 152명이 노동자라고 밝혔다. KBS 70명, MBC 33명, SBS 49명은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지만 '하는 일'이 방송사 지휘 감독 아래 있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라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당장 해고 위기에 놓인 방송작가를 보호하는 조치로써, 미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지상파 3사를 상대로 비정규직 직군의 노동자성을 최초로 따진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방송사는 비정규직 문제를 회피하다시피 하거나 '계약 만료'라는 이름으로 해고를 단행한 뒤 각종 법적 대응을 해왔는데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노동자로 인정한 42%(152명)에 대해 지상파 3사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용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성이 인정된 방송작가들의 해고 위기 소식을 전했다. 대표적으로 MBC '뉴스외전' 작가들이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MBC가 해고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개인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으로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방송사들이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고 고용 조건을 교묘히 바꿔 방송작가 직군의 노동자성을 끝내 불인정하는 '꼼수'가 예상된다.

방송사들은 비정규직 문제가 '허물'임을 알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12월30일부터 올해 1월10일까지 빅카인즈(뉴스빅데이터 분석 사이트)에서 '특별근로감독'을 키워드 검색한 결과 지상파 3사를 포함한 방송사들은 이번 발표 결과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단신으로 다룬 뉴스라도 찾기 위해 지상파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봤지만 MBC 홈페이지에서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나왔을 뿐이다. 역설적으로 이 드라마는 악덕 사업주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노동·사회단체들이 모인 '방송작가친구들'은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서울노동청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는 언론이 주요하게 다루는 뉴스다. 지난해 5월 포털의 한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 배경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이에 노동부는 포털사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 19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비율이 52.7%로 나타났다.

방송사는 이 발표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 포털사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심층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언론은 노동 실태를 폭로해 정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이끌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패턴을 보여왔는데 유독 이번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대해선 눈을 감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방송작가 문제는 고용 문제를 오로지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롯한 결과다. 프로그램 제작 기여도를 놓고 봤을 때 방송작가들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기획부터 인물 및 장소 섭외, 주요 자막 오류 선별 등 방송작가 업무는 프로그램 완결성에 있어 필수적이다. 노동부도 방송작가 업무가 방송사 지휘 감독 아래 이뤄졌음을 인정했다.

우스갯소리로 방송사 PD는 몰라도 방송작가 없이는 프로그램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있다. 방송작가가 프로그램 제작에 필수불가결한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데도 이를 일시적 노동으로 치부했을 때, 우리 방송 프로그램의 질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악덕 사업주는 멀리 있지 않다. 일상화한 착취를 묵인하면 그게 바로 악덕 사업주다. 방송계는 이번 고용노동부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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