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주택 고통 키울 이념경제에 또 속을까

기자 2022. 1. 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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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선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前 홍익대 교수

부동산 버블 꺼지지 않고 굳어

가격 상승 ‘벽돌’에다 풍선효과

세금과 규제로 국민 70% 고통

시장 틀어쥐고 공공만능 발상

마르크스와 헨리 조지 받들면

빈익빈 키우고 전체주의 위험

‘버블:부의 대전환’(2020)의 저자 윌리엄 퀸과 존 D 터너는 “버블 뒤에 존재하는 정치적 성격은 무시한 채, 버블은 ‘독특한 대중적 망상’이라는 간단한 말로 정리해 버렸다”고 지적한다. 지난 5년의 주택시장 혼란이 국민적 투기 망상에서 기인한다고 호도한 것과 같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 과열은 정치적 용어인 버블보다 사회경제적 현상인 풍선효과로 설명하는 게 더 과학적이다. 한때는 버블이라고 강변했지만, (버블이) 꺼지지 않고 벽돌처럼 굳어져 거래가 상승의 디딤돌이 돼 왔으니 말이다.

진보권 한 정치학자의 질문이 잊히지 않는다. “왜 진보 정권에서 특히 집값이 폭발하죠? 노무현·문재인 정부 모두 가격 안정화 정책을 썼잖아요.” 퀸과 터너는 시장성, 돈과 신용, 그리고 투기가 버블의 3요소이며 이를 점화시키는 불꽃은 ‘정책·기술’이라고 한다. 정부 정책은 집권층 이념의 산물인바, 문 정부 초기부터 각 분야의 이념 논쟁이 전투적 양상을 보여 왔고, 그 결과 수요 억제, 공급 부족의 후진국형 주택가격 폭등이 발생했다. 그래서 3·9 대선은 이념전쟁이라며 국제적 관심도 드높다.

이념 경제가 국민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많은 국민이 깨닫는 중이다. 주택 소유자와 첫 집 수요자 등 70%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어떤 집단은 징벌적 세금, 또 다른 집단은 대출 규제, 그리고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말 못 할 고통에 시달리며, 결혼과 출산이라는 사회경제적 구조의 근간까지 흔들릴 정도다. 그러다 보니 여당의 대선 후보는 현 정부의 주택정책과 각을 세우며, 자신이 그토록 견지하던 이념조차 뒤집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1일 1말 바꾸기’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지 오래다.

누에는 입에서 나오는 실로 자기 집을 짓고, 정치가의 입은 곧 정치생명 공간이다. 누에의 입에서 금실이 나올 수 없듯이, 문 정부 초기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서 자유를 빼려고 꺼낸 개헌(안)을 품고 있는 여당의 후보 정책이 시장 친화적이 아닐 것은 자명하다. 한 정치학자의 질문에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떠한 가난도 임금님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살펴보니, 빈곤의 원인이 ‘명심보감’에서는 개인 마음속의 십도(十盜)에 있고,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는 인구 급증이라고 했다. 그러니 자신의 책임을 면한 통치자에게 얼마나 위안을 주었던가! 책임이 개인과 공동체로 분산되던 19세기에, 공산주의 창설자 카를 마르크스와 토지공개념의 원조 헨리 조지는 빈부 격차가 이념적 정책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하며, 개인 책임이라고 믿고 있던 노동자를 선동함으로써 인류의 비극이 시작됐다. 집권자나 노동자 모두 정책만 잘 세우면 불평등과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고 오판하게 한 것이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국가의 이념적 정치실험은 더 극심한 빈익빈 부익부를 낳았고, 국민은 전체주의 독재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을 예외로 꼽는 이들도 있지만, 지금 중국은 불균형 경제의 부작용, 부패 정치구조와 집권 연장 등으로 인해 붕괴 조짐이 우려된다. 통치자 자신이 무슨 능력과 비책이 있다고 믿는 순간, 히틀러의 나치즘과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혁명 같은 유혹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고, 권력 놓기란 더 어렵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자본주의는 경제적 기능을 ‘풀어 놓음’으로써, 즉 경제적 행위를 다른 모든 사회적 제도와 기능에서 절단해 냄으로써 자유로운 선택행위 조건을 제공한다고 했다. 자유로운 창조자인 시장의 역할을 통치자가 대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버블은 ‘풀어 놓지 못함’의 다른 말이다. 한편 마이클 샌델의 능력주의 비판은 저학력 노동에 초점을 두다 보니 경제에 도덕성을 투영함으로써 가난의 해결보다 시장을 왜곡하고 계층 간 증오심을 유발하고 있다.

시장 기능마저 틀어쥐려는 이념과 정책은 통치자에게는 매력적이나, 국민에게는 극한 고통임이 틀림없다. 지난 진보 정권들에서 후진국형 주택시장 현상을 봐 왔고 또 보고 있으면서도, 과도한 시장 개입과 공공 주도 정책 만능주의로 주택가격을 잡으려는 한 정치인의 말 바꾸기 위장술에 또 속아 넘어갈 국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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