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벤처 차등의결권 또 불발, 이런 풍토서 유니콘 나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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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복수(차등)의결권 도입 법안의 국회 통과가 또다시 불발됐다.
그로부터 약 4개월 만에 어렵사리 상임위를 통과한 복수의결권 법안이 이번엔 여당 내 강경파의 반대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정부안을 보면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가 자금 조달로 지분이 30% 이하로 낮아진 경우 주당 최대 10개의 복수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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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복수(차등)의결권 도입 법안의 국회 통과가 또다시 불발됐다. “창업주의 의결권을 주당 10개까지 허용하면 소액주주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여당 일부 강경파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복수의결권 도입은 벤처업계의 숙원이다. 벤처업계는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갈수록 낮아져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의결권 도입을 건의해왔다. 이를 받아들여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열린 ‘K+벤처’ 행사에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약 4개월 만에 어렵사리 상임위를 통과한 복수의결권 법안이 이번엔 여당 내 강경파의 반대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박주민·박용진 의원 등 여당 내 강경파는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고 재벌 세습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미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대안이 마련됐다. 정부안을 보면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가 자금 조달로 지분이 30% 이하로 낮아진 경우 주당 최대 10개의 복수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존속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고 상장 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보통주로 전환하게 했다. 창업주가 주식을 상속·양도하거나 이사직을 상실하면 차등의결권을 잃도록 했다. 이 같은 보완책을 애써 무시하고 ‘재벌 세습 악용’ 운운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복수의결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미국·영국·프랑스 등 17개국이 시행 중이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도 2018~2019년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다.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글로벌 혁신기업은 복수의결권을 활용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적극적인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한국이 아닌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것을 돌아봐야 한다. 김범석 창업자는 주당 29개의 의결권을 부여받았는데, 한국에서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이유 탓에 혁신기업이 외국으로 떠나선 안 될 일이다.
여당은 2020년 총선에서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회사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30개 육성을 공약으로 내놨다. 그러려면 현재 15개인 유니콘기업을 배로 늘려야 한다. 복수의결권 같은 보편적 유인책도 가로막는 상황에서 이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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