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다시 꾸는 귀농초심과 꿈

2022. 1. 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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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가을 강원도 홍천 산골로 들어와 지난해까지 열 한 차례 농사를 지었다.

되돌아보면 무언가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은 없다.

풀이 작물의 양분 일부를 빼앗고 생육을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능적으로 뿌리를 깊게 내려 흙 속에 숨겨져 있는 양분과 수분을 끌어올려 작물이 먹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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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가을 강원도 홍천 산골로 들어와 지난해까지 열 한 차례 농사를 지었다. 되돌아보면 무언가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은 없다. 돈 많이 버는 ‘부자농부’와는 아예 거리가 멀다. 그나마 스스로를 위안한다면 귀농 당시의 초심과 꿈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것. 자연과 함께하는 삶과 농(農)이 바로 그것이다.

솔직히 말하건대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는 긴 시간 동안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초심은 크게 흔들렸고 꿈은 많이 빛바랬다. 그렇지만 온전한 자연농은 아니어도 ‘화학농약·비료,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마지노선은 지켰다. “농약 안 치고 고추농사 지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라는 말을 번번이 절감하면서도 끝까지 화학농약의 유혹은 떨쳐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화학농약·제초제를 금한 이유가 있다. 먼저 나와 가족, 더 나아가 이웃의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다는 시골에서 되레 암과 당뇨·고혈압 등 지병을 앓고 있는 농부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아마도 고된 노동과 스트레스, 술·담배, 그리고 과다한 농약 사용 때문이 아닐까 한다.

두 번째, 화학농약·비료가 아닌 자연의 힘으로 키운 작물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비록 열매는 작고 볼품없어도 자연의 맛, 자생력의 맛을 간직하고 있기이에 약성이 뛰어나다. 수확 후 저장·보관도 훨씬 오래 유지된다.

현실적으로 화학농약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농약의 남용은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뒤흔들어 놓는다. 사실 자연 속 벌레를 익충과 해충으로 나누고 ‘해충=적’으로 만든 것은 인간의 이기적인 목적상 분류일 뿐이다. 생태계 전체를 놓고 보자면 해충 또한 자연의 일부이며 똑같은 벌레인 것이다.

병원균은 또 어떤가. 고추 탄저병의 원인인 진균부터 세균,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발병 때마다 화약농약을 친다 한들 일시적·지엽적 효과만을 거둘 수 있을 뿐이다. 농약을 계속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그 피해가 되돌아온다.

인간과 작물과 풀의 관계 또한 다르지 않다. 독한 제초제를 뿌려대도 풀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역설적이지만 풀이 있어야 땅도 산다. 풀은 토양 유실을 막아주고 유기물을 공급한다. 풀이 작물의 양분 일부를 빼앗고 생육을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능적으로 뿌리를 깊게 내려 흙 속에 숨겨져 있는 양분과 수분을 끌어올려 작물이 먹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란 곧 ‘공생’이다.

화학농약·비료, 제초제 등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키운 작물은 ‘약감자’요, ‘약상추’다. 직접 키워 먹어보면 안다. 이런 ‘공생작물’이야말로 사람에게 면역력을 높여주는 ‘자연 백신’임은 말할 것도 없다.

2022년 새해를 맞아 귀농 당시 초심과 꿈을 다시 꾸고 있다. 지난 11년간 걸어온 나와 내 가족의 시골에서의 삶과 농(農)에 대한 반성 위에서 한 걸음 더 자연에 다가서는 친환경 농사와 치유 농장을 만들고자 한다. 비록 그 길 또한 좁고 힘들겠지만 그 과정에서 나와 나의 가족이 직접 치유를 얻고 이를 조금이나마 다른 이들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족하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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