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정 물량을 공급 물량에 포함하는 정부의 이상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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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전세주택 공급물량이 실제 입주를 앞둔 물량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지난해 정부는 공공전세주택 공급 물량 목표치를 수도권 기준 6000가구로 잡았다.
정부가 공공전세주택 공급 목표치를 6000가구로 설정했으면, 그해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시민이 바로 입주할 수 있는 가구 수가 6000가구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토록 정부가 주택 공급을 내세웠지만, 공급 물량에 잡힌 건 언제 입주할 지 모르는 사전청약 물량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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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전세주택 공급물량이 실제 입주를 앞둔 물량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지난 2020년, 정부는 전세난 해결을 위해 ‘11.19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전세주택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도심에 신속히 건설 가능한 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신축주택을 매입약정 방식으로 확보해 중산층 가구에게 ‘전세’로 공급하는 제도다. 지난해 정부는 공공전세주택 공급 물량 목표치를 수도권 기준 6000가구로 잡았다.
정부의 목표대로 공급이 이뤄졌을까. 지난해 수도권에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공공전세주택 물량은 827가구, 정부 목표치의 12.7%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국토교통부는 공급물량은 모집자 공고를 내고 입주가 임박한 주택을 말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모집자 공고를 낼 예정인 매입 주택을 기준으로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시장 경제에서 공급 물량은 시장에 즉각적으로 풀리는 상품의 양을 말한다. 정부가 공공전세주택 공급 목표치를 6000가구로 설정했으면, 그해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시민이 바로 입주할 수 있는 가구 수가 6000가구여야 한다는 말이다. 모집자 공고를 내기 위해 확보해 둔 주택은 공급 물량이 아닌 ‘공급 예정 물량’으로 분리해야 한다.
문제는 공급 물량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동상이몽’이 이번 사례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48만8000가구로 전년(46만가구)과 10년간 평균(46만9000가구)을 상회한다”고 했다. 2030년까지 매년 56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라며 “시장 일각에서 공급 과잉까지 우려할 정도”라는 말까지 했다.
홍 부총리의 말을 두고 업계에서는 ‘보고싶은 대로만 본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3만5000가구 늘어난 35만7000가구로 예상하지만, 정작 주택 시장 불안의 진원지인 서울의 입주 물량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2만520가구로 지난해(3만2012가구)보다 35.9% 감소한다. 재작년(4만9478가구)과 비교해서는 절반 이하 규모이며, 1990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였던 2012년 2만336가구 이후 역대 2번째로 낮은 물량이다.
최근 3년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빠짐 없이 등장했던 단어가 ‘주택 공급’이다. 문 대통령은 2020년 “주택공급의 확대도 차질없이 병행하겠다”고 했고, 2021년에는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그토록 정부가 주택 공급을 내세웠지만, 공급 물량에 잡힌 건 언제 입주할 지 모르는 사전청약 물량 뿐이다. 문 정부는 취임 첫 해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며 10개 공공택지지구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청약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올해 사전청약이 진행될 3기 신도시 여러 택지지구는 토지보상조차 이뤄지지도 않았다.
정부도 인정했듯 현 부동산 시장 불안의 상당 부분은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에서 기인한다. 문 정부 임기 말인 만큼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을 대거 내놓을 수 없겠지만, 실책을 인정한다면 제 멋대로 끼워맞춘 수치를 갖고 자화자찬 할 때가 아니다. 주택공급에 진심이라면 그동안 발표했던 주택공급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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