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아프더니..모유 먹은 아기에 항체가 '듬뿍'

곽노필 2022. 1. 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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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백신 접종 후 모유·아기 항체 분석 결과
이상반응 큰 산모의 아기가 항체 더 많아
감염 중인 산모의 모유에서도 항체 확인
아기의 코로나19 면역력 강화를 위해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논문들이 잇따라 나왔다. 픽사베이

세계보건기구가 출산 후 최소 6개월간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데는 모유에 들어 있는 풍부한 영양 성분 뿐 아니라 병원체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주는 면역 물질도 한몫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모유 수유의 효능과 안전성을 둘러싼 연구가 활발하다. 산모의 몸에 형성된 항체가 모유를 통해 아기에 전달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왔다. 이 경우 아이는 모유를 통해 전달받은 항체로 수동면역을 얻게 된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의 바이러스가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도 전달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 들어 주목할 만한 2개의 연구 결과가 추가됐다.

하나는 백신을 맞은 산모의 코로나19 항체가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됐음을 확인한 연구다.

모유를 통한 항체 전달은 이전에도 여러 연구가 나왔지만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모유가 아닌 아이의 대변에서 항체를 검출해 확인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앰허스트대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산부인과저널’(Journal Obstetrics & Gynecology)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4월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고 모유 수유 중인 의료종사자 30명을 대상으로 모유와 유아 대변에 코로나19 항원인 돌기(스파이크)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면역글로불린A(IgA)와 면역글로불린G(IgG) 항체 수치를 측정했다.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면역 물질 사이토카인의 수치 변화도 살펴봤다.

모유는 백신 1·2차 접종 전과 후에 각각 표본을 채취했으며 아기 대변은 산모가 2차 접종을 한 지 21일 후에 채취했다. 실험 참가자 중 3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력이 있었다.

분석 결과 모유의 항체는 알파, 베타 등 4가지 우려변이에 바이러스 중화 능력을 보였다. 모유의 중화 능력은 주로 면역글로불린G 항체에 기인한 것이었다. 면역 반응 정도를 나타내는 사이토카인 수치도 증가했다.

아이들의 대변에서도 면역글로불린A와 면역글로불린G 항체가 각각 30%, 33% 비율로 검출됐다. 항체는 생후 1.5개월에서 23개월까지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검출됐다.

눈길을 끄는 건 아이 대변의 항체 수치가 백신 부작용과 관련이 있었다는 점이다. 접종 후 더 아팠던 산모일수록 아이 대변에서 항체 수치가 더 높았다.

캐슬린 아르카로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산모는 (백신 접종 후) 더 불쾌했을 수 있지만 아이에겐 더 도움이 됐다”며 “이번 연구는 여성들이 백신을 접종받은 뒤에도 모유 수유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준다”고 평가했다.

항체는 Y자 모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면역글로불린 항체의 다섯가지 종류 모형. 위키미디어 코먼스

모유 내에선 바이러스 검출 안돼

다른 하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의 모유에서 다량의 항체를 확인한 연구 결과다.

미국 아이다호대가 중심이 된 30여명의 합동연구진은 2020년 4~12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64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 산모의 모유 항체가 최소 2개월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국제학술지 ‘면역학 최전선’(Frontiers in Immunology)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에 응한 산모의 4분의3의 모유에서 면역글로불린A 항체가 지속적으로 확인됐으며, 증상 발현 또는 확진 판정 뒤 2주일 동안은 수치가 계속 증가했다고 밝혔다. 항체 생산은 빠른 경우 확진 판정 1주일 이내에 시작됐다. 감염된 산모의 모유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의 모유에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이전의 발견을 확장한다”며 “코로나19 감염 기간과 그 이후에 계속 모유를 수유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 사항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방 세척 전과 후에 유방 피부에서 채취한 면봉을 분석한 결과 세척 전 면봉에서는 29%가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였다. 세척 후에는 이 비율이 6%(2개)로 줄었다. 연구진은 “이는 산모나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기침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미셸 맥과이어 아이다호대 교수(가족및소비자과학)는 “모유 수유는 유아에게 안전할 뿐 아니라 보호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코로나에 걸렸더라도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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