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웜 와플·배도라지 파티세리·새싹보리 봉봉..'미래 초콜릿' 디저트를 엿보다

이유진 기자 2022. 1. 11. 09: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지난 6일 ‘월드 초콜릿 마스터스’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하정열 셰프가 만든 초콜릿 파티세리(프랑스풍으로 장식한 케이크). 유자 껍질 페스토와 대체당 알룰로스를 사용해 초콜릿 업계에서 유행 중인 저당 이슈를 반영했다. WCM 제공


달콤하면서 쌉쌀한 초콜릿은 사랑 혹은 인생의 희비곡선에 비유되며 인류에게 사랑받아온 간식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소모가 심해지면 뇌 신경은 많은 당을 소모하고 또 단 음식이 당기게 마련이라 초콜릿은 대표적인 위안 음식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프랑스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카카오바리(Cacao Barry)’가 외부기관(Mintel)에 의뢰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APEC) 사람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두 명 중 한 명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간식을 더 많이 먹었다고 답했다. 그 중 75%의 사람들이 섭취한 간식으로 초콜릿을 지목했다.

■초콜릿 ‘건강식’으로 거듭나다

지난 6일 ‘초콜릿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월드 초콜릿 마스터스’(이하 WCM) 한국 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본선에 오른 호석직업학교 김동석 셰프와 ‘꾸떼 베이킹’ 하정열 셰프가 초콜릿의 미래 비전을 담은 주제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올해 WCM 한국 대표 선발전의 주제는 미래의 초콜릿 맛, 디자인, 느낌(TMRW_TASTE, LOOK, FEELS_LIKE). 심사 포인트는 ‘초콜릿 고유의 맛을 살리는 신선한 로컬 재료를 이용했는가. 투모로우(내일)라는 주제에 대한 미래 비전을 반영했는가. 비건, 지속가능한 패키지, 미래 먹거리 등 친환경에 가까운가. 설탕을 얼마나 줄이면서 맛의 포인트를 살렸는가’였다.

김동석 셰프가 만든 만두 모양 초코 와플. 모두 비건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다. WCM 제공


첫 번째 주목할 만한 작품은 김동석 셰프가 개발한 초코 와플. 대체 단백질로 주목받고 있는 ‘고소해(밀웜)’를 이용했다. 이번 대회 주최 측은 스낵 경쟁부문에서 ‘초콜릿을 포함한 모든 재료를 비건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다크 초콜릿은 대표적인 비건 식재료 중 하나다.

김 셰프는 “다크, 밀크, 화이트 초콜릿 중 비건 재료는 다크 초콜릿 뿐이라 세 가지 종류의 다크 초콜릿을 블렌딩하고 피칸 페이스트를 첨가해 고소한 초크크림을 만들었다. 또 와플 반죽에는 식물성 프로틴, 밀웜 가루를 넣어 고소한 맛을 살렸다. 밀웜은 약간 견과류 맛이 난다. 사람들이 먹었을 때 최대한 거부감 없는 건강한 초콜릿 스낵을 만들어봤다”고 소개했다.

지구온난화로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난 파인애플의 소비 촉진을 위해 만든 김동석 셰프의 봉봉. 새싹보리가루를 천연 색소로 응용해 은은한 풀맛을 냈다. WCM 제공


달콤한 재료로 속을 채우고 겉을 초콜릿으로 마무리한 사탕인 ‘봉봉’ 부문에서도 두 셰프 모두 환경 이슈를 담은 유의미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먼저 김동석 셰프가 주목한 재료는 파인애플. 지구 온난화로 사라지는 작물이 늘고 있지만 반대로 개체수가 늘어 생산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파인애플 같은 과일도 있다. 이에 김 셰프는 파인애플 퓨레와 바삭하게 만든 카카오닙스로 초콜릿 속을 채웠고 표면은 식용색소 대신 새싹보리가루로 천연 녹색을 냈다. 인위적인 당을 첨가하지 않고 파인애플과 초콜릿 자체 단맛으로 맛을 낸 건강한 봉봉이다. 새싹보리의 은은한 풀냄새가 맛의 포인트가 됐다.

하정열 셰프의 바나나 봉봉. 단일품종으로 멸종위기종이 된 바나나 이슈를 반영했다. WCM 제공


WCM 한국 선발전 ‘파티세리’ 부문은 ‘하나의 초콜릿, 하나의 과일 그리고 로컬 재료’를 써서 완성해야 했다. 김동석 셰프는 겨울철 감기 예방을 위해 달여 마시는 전통 식재료인 배, 도라지, 유자를 섞어 만든 젤리를 초콜릿 케이크 위에 얹었다. 김 셰프는 “미래에는 건강에 도움이 되고 맛도 좋은 초콜릿 디저트가 인기있을 것이다. 특히 유자는 해외에서 유명한 일본산보다 우리나라 유자가 훨씬 맛있어서 이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선택했다”고 밝혔다.

‘월드 초콜릿 마스터스’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김동석 셰프,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WCM 세계 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다. WCM 제공


■1위 김동석, 세계 무대에 도전

치열한 경합 끝에 2022 WCM 한국 대표 선발전 1위는 김동석 셰프에게 돌아갔다. 김 셰프는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WCM’ 세계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김동석 셰프는 “그간 정영택 스승님, 김은혜 셰프님이 도전한 ‘월드 초콜릿 마스터스’를 관람석에 앉아서 봐왔다. 너무나 매력적인 모습에 심장이 계속 뛰더라. ‘이게 나를 움직이는구나’ 싶었다. ‘3년 후에는 내가 꼭 저 무대에 서겠다’고 생각하고 줄곧 대회를 준비해왔다”며 “한국 결선을 준비하는 동안 저희 학교 교수님·학생들이 많이 도와줬다. 세계 대회에서는 혼자 서겠지만 순위권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WCM 한국 선발전 2위를 차지한 하정열 셰프는 “영광스러운 무대에서 뛸 수 있어 행복했다”며 석패의 아쉬움을 달랬다. WCM 제공


2위를 차지한 하정열 셰프는 “상을 이렇게 부문별로 나눠서 주는지 몰랐다. (부문별 승자 발표에서) 김동석 셰프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마음은 찢어졌다. 괜찮다. 즐겁고 행복했다. 영광스러운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것만으로 좋았다. 앞으로 김동석 셰프님과 소통하면서 부족한 점 채우겠다.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를 참관한 국내 1호 제과 명장 ‘안스베이커리’의 안창현 명장은 “우리나라 초콜릿 문화가 막 태동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셰프들의 기술력도, 그 맛도 좋아졌다. 특히 작품마다 독창적인 색이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세계 대회에 나가도 상위권에 충분히 들 수 있는 실력이라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