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정용진의 소통 '인싸'와 '관종' 사이

이주현 기자 2022. 1. 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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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졌다" 하루만에 시총 2200억 증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인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새해 덕담을 전했다.(유튜브 영상 캡처)© 뉴스1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소통의 경영인으로 손꼽히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행보가 '오너리스크'로 돌아왔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공산주의가 싫다"고 밝히면서 종종 '멸공' 해시태그를 붙여왔다. 그러다 지난 5일 멸공이란 단어가 들어간 게시물이 강제 삭제된 사실을 알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후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멸공 논란은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이념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급기야 중국 언론까지 '멸공' 논란'을 보도하면서 해외로까지 사태가 번졌다. 이후 신세계 그룹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2200억원이 증발됐다. 신세계 계열사 가운데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가 상당수 있어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게시물이 빠르게 공유되며 불매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주가 하락에 주주들은 "기업가의 정치적 발언은 오너리스크"라며 "대기업 오너로서 기업 경영과 무관한 정치적 발언은 적절하지 않고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중단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이마트의 한 직원은 "터질 게 터졌다. 중국 대상 판매는 이제 접아야겠다"며 정 부회장의 행보를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대기업 오너로서 대중과 소통하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도가 지나쳤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즉 적절한 소통은 대중에게 그룹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은 물론 홍보 효과도 있지만 '과하면 독이 되는' 민낯이 그대로 들어났다는 지적이다.

정 부회장은 약 75만8000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보유한 인싸(인사이더)다. 정 부회장은 과거 2011년 네티즌과 감정 싸움으로 구설에 올랐고 벤츠 미니버스로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해 출퇴근 하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SNS를 탈퇴하기도 했었다.

이후 2015년에 SNS를 다시 시작했다. 초반에는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재벌가의 소탈한 모습과 요리에 대한 열정, 재치있는 기업 홍보에 대중들이 호응하며 팔로워 수는 급격히 늘며 재계 대표 인싸로 등극했다. 오죽하면 정 부회장을 두고 '걸어다니는 신세계 홍보 간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속어는 아니지만 '고릴라 새끼', '짜증나 죽겠다' 등 다소 거친 표현이 시작됐고 늦은 밤 취한 상태에서 게시물을 게재했다 다음날 삭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후에는 음식평을 남기며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남겨 논란이 일었고 '멸공'으로 정점을 찍었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두 사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는 있으나 표현 자체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고집스러울 만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말이나 글은 언제나 오해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 대중들은 본인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일 또한 빈번하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런 의미가 아니다'고 해명을 하면 해프닝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경우 해명 대신 같은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다 보니 오해가 사실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오해를 사는 행동이 반복되면 '신중하지 못하다'는 꼬리표가 붙게 마련이다.

폭락한 주가는 다시 회복될 가능성도 있고 불매운동도 수그러들 수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과 신세계그룹 이미지에 상처가 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 부회장이 멸공 등 정치적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발언을 앞으로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얘기가 들려 온다. 본인이 SNS를 통해 직접 밝힌 것이 아니라 전해진 말이라 아쉬움이 남지만 반길만한 소식이다.

SNS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유쾌하고 신선한 소통을 즐기는 정 부회장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그의 발언이나 행동을 '인싸 관종(인싸이지만 관심을 받기 위해 과도한 언행을 해도 용인되는 부류)'으로 웃어 넘기기엔 너무 높은 자리에 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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