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리의 영웅" FC서울 후배들이 전한 '인간 박주영'

이정호 기자 2022. 1. 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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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박주영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26라운드 강원FC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FC서울 제공


FC서울과 베테랑 박주영(37)은 이번 겨울 뜻하지 않는 이별을 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세대교체 중인 서울에서 박주영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팀은 아무리 레전드 선수라도 기량이 떨어진 선수를 두고 고민할 시기가 온다. 서울은 지도자 생활을 제안하며 11년간 뛰어온 팀의 간판선수를 예우하고자 했지만, 박주영은 현역 연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은 박주영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동료들은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진한 아쉬움 마저 지우지 못했다. 서울 선수 대부분은 박주영을 롤모델로, 또는 박주영의 영향력 속에 성장했다. 박주영과 서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미드필더 고요한(34)은 “늘 후배들이 힘들거나 흔들릴 때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지켜주고 이끌어줬던 형”이라며 아쉬워했다. 대표팀과 서울에서 박주영을 늘 우상처럼 바라봤던 주장 기성용(33)도 “사실 우리 모두 주영이 형을 많이 의지한다”며 “지금도 우리에게 히어로같은 존재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주위에서 뭐라든 우리에게 큰 존재”라고 인정했다.

박주영은 대외적으로는 무뚝뚝한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지만 동료들 사이에서는 다르다. 항상 대화하면서 주도적으로 움직인다. 어린 후배들과는 자주 소통하며 인생 상담도 해준다. 특별히 어린 시절 서울팬으로 박주영을 보고 자라, 이제는 박주영의 자리를 채워야 하는 공격수 조영욱(23)에겐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19시즌 5월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서 박주영이 첫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다시 얻은 페널티킥에서 같은 곳으로 차넣는 장면을 강렬했던 기억으로 생생히 떠올린 조영욱은 “처음에 만났을 때부터 행복했고, 늘 배우려고 했던 선배”라면서 “지난 시즌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할 때도 ‘너희들이 많이 뛰고 내가 뒷받침하는게 맞다. 그라운드에서 더 열심히 뛰는게 내가 바라는 모습’이라고 오히려 응원해주셨던 선배가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입단한 수비수 이한범(20)도 “팀에 합류한 뒤 연습도 잘 따라가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주영이 형이 와서 ‘이렇게 한 번 해보라’라고 했는데 말한대로 하니까 그대로 됐다. 그게 신기했던 경험”이라고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박주영은 새로운 팀을 찾아 어쩌면 현역 커리어 마지막이 될 도전에 나선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후배들의 응원도 이어진다. 기성용은 “어릴 때부터 동고동락한 선배라 많이 허전할 것 같다”면서도 “주영이 형의 형의 센스나 결정력은 아직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형이 어떤 부담도 없이 축구선수로서 마지막을 잘 준비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고요한도 “축구나 생활에서 많은 것을 형한테 배워 왔기에 아쉬움이 너무 크다. 그렇지만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거라 믿고 응원하겠다”고 했다.

박주영(왼쪽)이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K리그1 3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FC서울 제공


지난 시즌 신인으로 입단한 수비수 이태석(20)은 “1년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시간인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영이 형과 함께 볼을 찰 수 있어 영광이었다. 우리 후배들이 주영이 형과 같이 FC서울의 선수로 자랑스런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박주영은 현재 울산 현대행이 유력하다. 각별한 인연이 있는 울산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만큼 성사 가능성은 높다. 현재 미국에서 건너온 박주영의 자가 격리가 끝나는 이번주 안에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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