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오미크론, 델타 변종과는 달라

여론독자부 2022. 1.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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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GPS'호스트
오미크론 치명률 현저하게 낮고
부스터샷 맞았을 땐 중증 확 줄어
향후 백신 접종자 더 많아진다면
격리완화 등 효율적 조치 취해야
[서울경제]

지난 10일 사이에 열두 명의 지인이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들 중 증상이 심했던 두 명은 코로나19를 심한 독감에 비유했다. 하지만 나머지는 하루 정도 오한이 들었지만 그뿐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개인적인 일화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 나온 데이터 역시 이 같은 패턴을 확인해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헤드라인도 뉴욕을 휩쓴 오미크론을 ‘경증의 파도(Wave of Mild Cases)’로 표현했다. 만약 이 같은 패턴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오미크론 변이 이전의 마지막 변종을 상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영국보건국은 지난 12월 31일 중요한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오미크론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위험성은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경우에 비해 절반 정도, 긴급 치료를 필요로 할 위험성은 그보다 적은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욱 현격한 차이는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사이에 나타난다. 아스트라제네카·모더나·화이자 백신 중 어느 것이든 두 차례 접종을 마친 후 부스터 샷까지 추가로 맞으면 접종을 전혀 받지 않았을 때에 비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위험성이 88%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두 차례 접종을 받은 후 추가 접종까지 한 환자의 입원 위험성은 미접종 감염자에 비해 91% 낮다. 또 추가 접종 없이 두 차례 정규 접종만 받은 후 감염된 환자가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할 가능성은 미접종자보다 65%가 낮다.

미국 보건 당국도 델타에 비해 오미크론의 증상이 경미하다는 증거가 쌓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종이 처음 확인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낮은 남아공의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감염자가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위험성은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 감염자에 비해 8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거는 또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를 필요량보다 훨씬 적은 2,000만 회분만 주문했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영국보건부의 초기 자료는 두 가지 결론을 시사한다. 첫째, 오미크론은 이전의 변종 바이러스만큼 치명적이지 않다. 둘째, 백신 접종, 특히 부스터 접종은 입원을 필요로 하는 중증 코로나19 감염증과 이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 전역을 휩쓸던 2020년 3월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의 상황은 경제 봉쇄, 학교 폐쇄, 혹은 대대적인 여행 제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사이의 구분을 더욱 확실히 하고 의료 체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늦출 지각 있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감염자의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백신을 맞았다거나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격리 기간을 조금 더 줄여도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나온 자료만 보면 완전 접종 후 오미크론에 감염되는 것은 독감에 걸리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독감 환자에게 5일간의 격리를 강요하지 않는다.

이제 백신 접종자에게는 완전히 다른 룰을 적용해야 한다. 과학적 증거와 통계로 볼 때 접종자는 의료 체계에 심각한 부담을 주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백신 접종을 받지 않는 자들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자신들이 간단한 의료 예방 조치를 거부한 데 따른 대가를 치르도록 멋대로 강요하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백신 이외에 집단 진단 검사와 마스크 착용도 대단히 중요하다. 역학 전문가인 마이클 미나는 신속 반응 검사 대신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공중 보건 관점에서 보면 몸 안에 바이러스를 갖고 있느냐보다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속 항원 검사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유럽에 비해 미국의 진단 검사는 비싸고 접근성 또한 떨어진다.

독일의 유수한 바이러스 학자는 오미크론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의 첫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으로 인해 코로나19는 팬데믹보다 치사율이 떨어지고 독감처럼 우리와 함께 살아갈 풍토병으로 바뀔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백신 미접종자들로 인해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미국인 전체 인구의 26%는 단 한 차례의 예방 접종도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바이러스의 복제 공간이 커지고 따라서 변이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은 백신 접종자가 다수인 만큼 포스트 팬데믹의 미래는 이미 이곳에 와 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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