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해피엔딩"..'다시뭉친 사제' 홍명보·김영권, 더 깊어진 희로애락 [현장인터뷰]

김용일 2022. 1. 11. 06: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울산 현대에서 다시 의기투합한 홍명보(왼쪽) 감독과 김영권이 클럽하우스가 있는 서부구장에서 2022시즌 선전을 다짐하며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울산 현대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세징야랑 붙어보고 싶었다(김영권)”
“왼발잡이 센터백은 어마어마하지. 그래도 K리그 처음이니 잘 준비해야.(홍명보)”

홍명보(53) 울산 현대 감독과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32)은 ‘태극마크’를 화두로 각자의 축구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둘은 연령별부터 A대표팀까지 사제 연을 맺었다. 홍 감독이 사령탑으로 2009년 U-20 월드컵과 2012년 런던올림픽을 이끌 때 김영권은 붙박이 센터백으로 뛰었다. 각각 8강, 동메달 신화를 이뤘다. 그리고 홍 감독이 소방수로 다급하게 지휘봉을 잡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김영권이 중앙 수비를 책임졌는데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처음으로 실패를 맛봤다. 그야말로 희로애락이 점철된 시간이었다.
과거 축구대표팀 시절 김영권(왼쪽)과 홍명보 감독의 모습. 박진업기자.

김영권은 언젠가 홍 감독에게 다시 힘이 되고 싶었다. 마침 30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던 터에 센터백 보강을 원한 홍 감독의 울산과 뜻이 맞았다. 김영권은 전 소속팀 J리그 감바 오사카의 재계약 제안을 정중히 사양하고 울산을 선택, 8년 만에 홍 감독과 손을 잡았다. 그는 “울산은 늘 우승을 다투는 팀이다. 비전을 품고 있다. 새 도전하는 데 좋은 조건”이라며 “물론 (울산행에) 감독의 존재는 절반이 넘는 51%였다”고 웃었다.

그는 “홍 감독께서는 전술적 수비 조직을 강조한다. 개인 실수는 어쩔 수 없어도 조직적 실수는 안 된다”라는 사령탑의 축구 철학을 누구보다 잘 안다. 홍 감독이 수비진의 리더로 김영권을 원한 이유다. 홍 감독은 “영권이는 빌드업에 능하다. 킥이 좋고 상대가 압박해도 제치고 나가는 기술을 지녔다. 게다가 왼발이지 않느냐.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공의 궤적을 많이 내는 게 큰 장점”이라며 “질 좋은 공이 수비서부터 나가면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권은 지난 9일 대표팀 전지훈련 참가로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홍 감독, 동료와 호흡을 맞췄지만 기분이 새롭다. 대회를 앞두고 짧게 소집하는 대표팀과 다르게 클럽은 동고동락한다. 그는 “감독께서 진지하셔서 선수들이 눈치를 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감독부터 웃으며 즐겁게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김영권에게도 밝은 분위기에서 소통을 원한다. 그는 “지난해 터무니없는 실점이 잦았는데 소통 문제가 컸다. 공을 중심으로 같은 생각을 해야 하는데 누구는 사람 잡으려고, 누구는 공간을 의식했다”며 “영권이가 (수비진의) 김기희, 임종은과 비슷한 나이여서 소통이 잘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영권은 올 11월 카타르에서 커리어 세 번째 월드컵 도전도 그리고 있다. 두 번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국민 영웅’으로 불렸지만 조별리그 통과는 한 번도 하지 못했다. 20년 전 한·일월드컵에서 자신과 비슷한 나이(만 33세)에 네 번째 월드컵에 도전, 4강 신화를 이룬 홍 감독에게 좋은 기운을 받길 원한다. 그는 “울산에 대표팀 동료가 많아서 월드컵도 준비하는 데 좋을 것 같다. 다만 홍 감독께서도 해보셨겠지만 경험이 쌓여도 (센터백으로) 수비라인을 이끄는 게 늘 부담된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미루거나 비겁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아무래도 (30대가 되면) 체력적으로 힘들다. 그래도 영권이의 경험치는 분명히 보탬이 될 것”이라며 제자를 격려했다.

두 사람의 2022년 해피엔딩은 울산의 선전이 선결조건. 1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주역이 되는 게 핵심이다. 김영권은 K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고 싶은 선수’를 묻자 “세징야”라고 답했다. 지난해 울산은 세징야가 이끄는 대구에 약했다. 그는 “K리그에서 가장 ‘핫’한 공격수다. 맞대결해보고 싶었다. 물론 우리가 영입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홍 감독은 “어쨌든 영권이는 K리그가 처음이다. 키가 크고 타이트한 공격수가 많아서 잘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믿음과 더불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둘은 다시 한마음, 한뜻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