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깎아줘도 대출 조기상환 안한다

정옥주 2022. 1.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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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출 조기상환 유도에도 대출자들 꿈쩍 안해
"금리 오르고 대출 받기도 어려운데 버티자"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일부 은행들이 대출자들의 조기상환을 유도하기 위해 중도상환 수수료를 감면 또는 전액 면제해주고 있음에도, 미리 빚을 갚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이 대출금을 조기상환하는 고객들의 수수료를 일부 깎아주거나 아예 면제해주고 있으나, 오히려 조기상환 실적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상환수수료란 약정 만기 전 대출금을 상환할 때 은행이 고객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일종의 '패널티'성 수수료다. 보통 대출기간이 3년이 넘어야 면제되고, 그 전에 미리 갚으면 내야 한다. 수수료율은 1.2~1.4% 수준이다. 윤두현 국민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4년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벌어들인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수입은 1조488억원에 달한다.

은행들은 조기상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 등을 보전한다는 차원에서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그간 국회를 중심으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주택담보대출 연체는 담보권 설정으로 상대적으로 원금 회수가 원활할 뿐 아니라, 연체에 대한 위험이 이미 이자율에 반영돼 있어 은행이 부가적으로 수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최근 가계대출 총량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들이 대출 절벽에 내몰리면서, 금융당국은 상환 여력이 있는 대출자들의 조기상환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대출자들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대출금을 조속히 갚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저소득·실수요층에 집중 지원하겠단 구상이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일부 금융기관들은 중도상환 수수료를 한시 면제 행렬에 속속 합류했다.

주금공은 보금자리론을 조기상환하는 고객들에 납부했던 수수료의 70%를 환급해 주는 이벤트를 당초 지난해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오는 6월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주금공은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디딤돌대출 이 3가지 대출상품에 대해 최대 1.2%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주금공에 따르면 보금자리론 조기상환 실적은 감면 조치 이후에도 계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25일부터 연말까지 보금자리론을 조기상환한 고객 중 환급대상에 해당하는 고객은 약 1만2000명, 환급금액은 약 12억원 수준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이 기초자산인 MBS의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환 건수나 금액 등 실적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통상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엔 조기상환 실적은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은은 지난해 11월9일부터 오는 3월 말까지 기은에서 받은 모든 가계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를 50% 감면해주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대출 상환액은 약 1486억원으로, 오히려 중도상환수수료 시행 이전 보다 실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은의 중도상환 금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1월 2253억원, 3월 2610억원 등 5월까지 줄곧 2000억원대를 유지했으나 6월 1882억원으로 줄어든 이후 10월 1511억원까지 감소했고, 시행 이후인 11월엔 14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한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8~10월 가계대출 중도상환 건수가 평균 1만3922건에서 면제 조치 시행 이후인 11~12월 평균 2만929건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통상 연말에 일부 조기상환이 이뤄지는 계절적 요인 등이 작용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농협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 말까지 중도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줬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한 달 간 중도상환해약금 감면을 지원했지만, 중도상환 실적과 관련해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대출원금, 이자상환 유예 등 이미 상환을 미뤄주고 있는 정책들이 많은데 굳이 수수료를 일부 내가면서까지 조기상환하려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또 대출규제 강화로 추가적인 대출이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굳이 미리 갚으려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대출자들 입장에선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엔 조기상환시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크지 않다"며 "또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수수료 절감보다는 이미 받은 대출을 계속 보유하려는 수요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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