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KIA 주전 확보, 김종국 감독의 '스피드 야구'에 힌트 있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2022. 1. 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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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취임식을 가진 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 ⓒ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가장 달리지 않았던 팀인 KIA 타이거즈가 신임 김종국 감독을 중심으로 팀 컬러 변화에 나선다.

KIA는 지난 시즌 팀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인 9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았다. 그리고 ‘명가 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맷 윌리엄스 감독과 결별을 택하고 ‘타이거즈 순혈’ 김종국 감독을 선임했다. 김 감독은 지난 6일 공식적으로 취임식을 갖고 KIA 지휘봉을 잡았다.

김종국 감독은 선임된 이후부터 꾸준히 ‘스피드’를 키워드로 삼았다. 김 감독은 지난 취임식에서 “선수들에게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플레이를 주문하겠다”라며 “몸을 사리는 플레이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천명한 바 있다.

지난해 KIA의 팀도루는 73개로 최하위 롯데(60개)에 이어 9위를 기록했다. 팀 도루 1위 삼성(116개)과는 무려 43개나 차이난다. 단순 개수 차이를 넘어 도루 시도 자체가 적다. KIA의 도루시도는 104회로 도루가 가능한 상황에서 도루를 선택한 비율은 4.9%. 이것도 역시 전체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역 시절 도루왕까지 다다른 적이 있는 김종국 감독에게 이 상황은 분명 썩 달갑지 않았을 터. 김 감독은 2002년 도루 50개로 당시 정수근(40도루), 이종범(35도루), 전준호(26도루) 등 내로라하는 ‘베이스 도둑’들을 뒤로하고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도 30도루 이상을 2년 연속 기록할 정도로 빠른 발을 자랑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김종국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스피드’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KIA가 넘어야 할 벽은 매우 높다. 지난해 73도루 중 절반이 넘는 40도루를 최원준이 군입대로 자리를 비웠다. 그를 빼면 KIA에서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9개를 기록한 박찬호가 그 뒤를 잇는 정도.

결국 김종국 감독은 다른 카드로 최원준의 공백을 메워야만 한다. 완전히 새로운 얼굴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고, 잠시 도루를 내려뒀던 선수들이 다시 팀의 기조에 맞춰 제 능력을 발휘해야 할 수도 있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왼쪽)와 김도영. ⓒ스포츠코리아

가장 눈길이 가는 포지션은 바로 KIA의 유격수 자리다. 기존 붙박이 박찬호와 ‘제 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루키 김도영의 경쟁이 유력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뛰어난 주력을 갖춘 선수다.

박찬호는 도루왕 출신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9년 39도루로 1위를 차지했다. 김종국 당시 주루코치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아 이 업적을 일궈냈다. 하지만 이후 도루 시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2019년 25.7%에 달했던 도루 시도 확률은 해마다 줄어 지난해 7.1%까지 내려갔다. 풀타임 유격수로서 체력과 부상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었기 때문.

이어 그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저조한 타율과 출루율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도루를 위해선 루상에 나가는 것이 먼저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매년 그랬듯 박찬호는 타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KIA팬들의 눈길은 루키 김도영에게 향한다. 고교 통산 63경기 타율 4할3푼3리(201타수 87안타) 2홈런 34타점 57득점 42도루 OPS 1.096이라는 호성적을 남기며 5툴 플레이어로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어왔다.

물론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다. 고교 시절 타격 퍼포먼스는 훌륭했지만, 프로 무대에서 상대할 투수들을 감안한다면 변수는 존재한다. 또한 그의 포지션이 수비에서 엄청난 비중을 갖는 유격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험이 부족한 그에게 쉽사리 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타격 이후 3.96초 만에 1루 베이스에 다다르는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김도영인만큼 기동력 야구를 역설하는 김종국 감독에게 가장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U-23 야구월드컵 대표팀에서 리드오프 경험을 쌓은 것도 가산점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KIA 유니폼을 입게 된 고종욱. ⓒ스포츠코리아

김종국 감독의 ‘스피드’ 사랑은 넓은 외야에도 영향을 줄 예정이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기존 프레스턴 터커에 비해 수비와 기동력에서 더 가산점을 받는 타자다.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180도루를 기록하며 어느 정도 스피드를 증명했다. 물론 타율과 출루율에서 의문부호가 남아있긴 하지만, 팀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이기에 그의 중견수 자리는 일단은 확고해 보인다.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고종욱을 품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5년부터 SK 와이번스(현 SSG)로 팀을 옮긴 2019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며 빠른 발을 자랑했다. 통산 타율도 3할4리, 출瑛껨?3할4푼1리를 기록한만큼, 김종국 감독의 기동력 야구에 핵심 멤버가 될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다. 나성범과 브리토를 채우고 남은 마지막 한 자리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KIA가 약점이었던 스피드를 극복하기 위해선 꼭 주전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활약이 꼭 필요해진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단독 도루가 가능한 김호령, 이창진 등 기존 멤버의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경기 흐름에 따라 대주자, 대수비의 존재가 필수인 것이 야구이기 때문.

통 큰 투자와 대대적인 변화로 ‘명가 재건’과 ‘V12’에 도전하는 KIA다. 나성범과 양현종이라는 크나큰 취임선물과 함께 5강 다크호스로 발돋움한만큼 김종국 감독이 이끌 KIA가 어떤 모습일지에 벌써부터 수많은 KIA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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