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GCM농법 적용 15년, 제주 레드향 해거리‧열과 사라졌다

박영래 기자 2022. 1. 1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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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제제 활용 농약·비료 사용 줄이고 수확량 증가
전남대 연구팀, 살균제 대체 미생물농약 개발 중..확산 기대
제주시 도련2동에 자리한 서흘포농원 김승림 대표가 레드향을 수확하고 있다. © News1 박영래 기자

(제주=뉴스1) 박영래 기자 = "달콤한 제주 레드향 재배의 고질적인 고민거리였던 해거리와 과일이 깨지는 열과 현상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비료와 농약 사용은 줄고 수확량은 대폭 늘었죠."

10일 오후 찾은 제주시 도련2동의 서흘포농원(대표 김승림‧76). 1400평의 비닐하우스 농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황금빛 레드향 수확이 한창이다.

레드향은 만감류 가운데 최고급 과일로 꼽히면서 최근 재배면적이 크게 확산하는 작목이다.

10년째 레드향 농사를 짓고 있는 농장주 김승림씨는 친환경농법 가운데 하나인 GCM(젤라틴‧키틴 미생물)농법을 지난 2018년부터 적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전남대 김길용 교수(농생명화학과)가 2000년대 초반에 개발한 GCM농법은 작물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나 해충의 알껍질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젤라틴과 키틴 성분을 분해해서 먹이로 살아가는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농법이다.

간단한 방식으로 농가에서 미생물을 직접 배양한 뒤 이를 작물에 살포해 건강한 작물로 성장시키는 농법이다.

GCM농법을 적용한 이후 서흘포농원에서는 고질적인 고민거리였던 해거리가 사라졌다. 수세가 좋아지면서 과일이 성장하는 여름철에 과일이 깨지는 열과현상도 개선됐다.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량은 줄었고 대신 수확량은 크게 늘었다.

김승림 대표는 "관행농법으로 재배할 때는 1400평 과수원에서 복합비료를 90포 사용했으나 지금은 30포 정도만 사용하고 있고 레드향 생산량 역시 연간 2만㎏으로 고르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사단법인 제주국제감귤박람회조직위원회와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가 공동주관한 '2022년 감귤품평회'서 레드향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남대 연구팀이 10일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에 자리한 서진이네농장에서 레드향 작황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한연수 전남대친환경농업연구소 소장, 오상민 소일테크 대표, 고용운 농장 대표, 김길용 전남대 교수. © News1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에서 1500평의 레드향과 700평 규모의 천혜향 농사를 짓고 있는 서진이네농장(대표 고용운‧64)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2017년부터 GCM농법을 도입한 이곳도 올해는 최고의 작황을 보이고 있다.

수확 초기 이미 당도가 13브릭스를 넘어서는 상황이고 좀 더 익어가면 최고 15브릭스까지 당도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곳 역시 고질적인 해거리가 사라졌고 과육이나 표면이 갈라지는 열과현상을 보이는 과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GCM농법과 함께 나무 아랫부분만 열매가 맺게 하는 독특한 전정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균일한 생산을 일궈냈다.

고용운 대표는 "친환경으로 전환하면서 나무의 수세가 좋아졌고 이로 인해 당연히 열매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레드향 가격도 좋아 출고가격은 ㎏당 6000원까지 오르면서 고 대표는 1000평당 8400만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레드향 뿐만 아니라 GCM농법은 제주지역 거의 모든 작물로 사용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날 오전 찾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의 무밭에서는 월동무가 수확을 앞두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의 정맹선씨(74)가 수확한 무를 들어보이고 있다. © News1

일체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무농약으로 재배한 무밭은 최근 내린 눈발에 잎끝이 얼어있었지만 푸르름을 잃지는 않고 있다.

농장주 정맹선씨(74)가 직접 뽑은 무는 개당 무게가 최대 2㎏을 넘어설 정도로 최고의 작황상태를 보여줬다.

정씨는 GCM 배양액을 파종 전 뿌리고 생육기에 월 2회 정도 배양액을 살포하는 정도였지만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냈다.

정씨는 "지난해 불어닥친 태풍 때문에 파종이 20일 정도 늦었지만 무 밑이 아주 잘 들었다"고 평가했다.

제주에서는 올해 기준 1000농가에서 GCM농법을 활용해 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GCM농법이 제주지역에 전파된 지 15년 만의 성과다.

이처럼 제주지역 농가에서 친환경농법이 확산하는 데는 기본적인 '가성비'와 함께 제주도 '수자원 보호'라는 긍정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제주도 농업인단체협의회 이석근 사무처장은 "제주도의 수자원 보호라는 차원에서 지금 친환경농법으로 전환은 대세이자 의미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현장을 찾은 김길용 교수는 "GCM농법 사용 농가는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400농가에 불과했는데 1000농가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드향. © News1

여기에 GCM농법에서 한단계 발전된 고온성 미생물인 '바실러스 벨레젠시스'를 활용한 친환경농법이 현재 제주지역 농가에서 실증되고 있고, 농가의 만족도 역시 높아 향후 확산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사업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iPET)의 핵심농자재 국산화기술개발 사업 중 '살균제 대체 미생물농약 개발'(단장 김영철 전남대 응용생물학과 교수) 과제의 일환으로 수행 중이다.

전남대친환경농업연구소 한연수 소장(응용생물학과 교수)은 "GCM농법이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농가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수출 절차를 밟고 있다"며 "친환경농법 확산을 위한 국내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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