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4명 중 1명 "함께 사는 가족까지 감염"

박준용 입력 2022. 1. 11. 05:06 수정 2022. 1. 1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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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내가 겪은 재택치료' 63명 설문조사
17명 대상으론 심층 인터뷰도 진행
확진 남편→임신 아내→2살 아이
격리 어려움에 연쇄감염 현실로
<한겨레> 재택치료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보내온 재택치료 당시 사진으로, 왼쪽부터 비닐가운, 폐기물, 산소포화도 측정기, 재택치료 치료제이다.

“응급상황 왔는데 보건소 전화 불통”…재택치료 불안 키워

임신 9개월차인 유미연(29)씨는 재택치료를 하던 배우자와 한집에서 지내다 지난달 11일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하루 뒤에는 두살배기 딸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유씨는 임신부인데다 아이가 어려 집안 내 격리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남편과 다른 방을 쓰고 꾸준히 소독과 환기를 했다. 하지만 53㎡(16평) 남짓한 크기에 화장실이 하나뿐인 집에서 ‘완벽한 격리’는 불가능했다. 결국 바이러스는 6일 만에 온 가족에게 번졌다. 유씨는 재택치료 과정에서 가족 간 감염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아이가 옮을까 걱정돼 보건소 등에 문의했지만 방법이 없었어요. 모든 재택치료자의 집이 넓은 격리 공간과 화장실 2개를 갖춘 것은 아닐 텐데 어떻게 감염을 막을 수 있겠어요?”

정부가 지난해 11월29일 모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하고, 입원 요인이 있거나 고시원 등 주거 환경이 감염에 취약한 경우에만 입원·입소하도록 하는 ‘재택치료 기본화’ 방침을 발표한 지 40여일이 지났다. 10일 0시 기준 1만6934명의 환자가 재택치료 중이며, 재택치료 기본화 이후 일평균 2만3200여명이 재택치료를 받았다.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달 24일께는 재택치료자가 3만3166명이 되기도 했다. 재택치료 기본화는 지난해 11월 말께 신규 확진자 폭증으로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떠밀리듯 도입된 정책이었다. <한겨레>는 코로나19 재택치료 유경험자 63명(6명은 보호자가 대리 답변) 설문조사와 별도의 17명 심층 인터뷰를 통해 재택치료 경험을 들어봤다. 확진자 커뮤니티 등을 통해 설문·인터뷰 대상자를 섭외했고, 재택치료 당시 사진 확인을 거쳤다. 설문 결과 재택치료자 4명 중 1명(16명, 25.4%)은 가족(동거인) 간 감염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혼자 지내는 등 격리가 필요 없었던 9명을 제외하면 30%가 가족 간 감염을 경험했다. 연쇄감염 우려가 실제로 드러난 셈이다.

유씨 가족처럼 어린 자녀와 함께인 경우엔 ‘릴레이 감염’에 더욱 취약했다. 조연수(가명·40)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된 11살 아들을 돌보다 3일 만에 확진됐다. 조씨는 아이와 방을 나눠 쓰긴 했지만 열이 오른 아이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조씨는 아픈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서 마스크 2개를 쓰고 비닐장갑도 끼고 아이 방을 들락날락하며 약을 먹였다. 조씨는 “며칠 뒤에야 페이스실드나 비닐가운을 입어야 한다는 보건소 안내문이 집에 도착했다”며 “확진 초기에는 그런 정보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응답자들은 ‘가족(동거인) 간 격리 어려움’이 가장 불편했다(49.2%·중복답변 가능)고 답했다. 개선해야 할 점 역시 ‘동거가족 격리 문제 해소’(42.9%)를 꼽았다.

“치료키트 이틀내 배송” 49%뿐

서울에서 홀로 사는 장여옥(77)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온몸에 고춧가루 발라놓은 것처럼” 몸이 쑤시고 한기를 느꼈다.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도 마쳤지만 장씨는 지난달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령층에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장씨는 재택치료 대상자가 됐다. 현재 ‘입원 요인’(호흡곤란, 조절되지 않는 발열, 정신질환 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택치료자에게 즉시 ‘재택치료 키트’(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해열제, 소독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장씨는 이를 받지 못했다. 장씨는 “물품이 문 앞에 올 거라고 해서 문을 열어보기도 했는데,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씨는 건강을 살필 도구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재택치료 병원에서 전화조차 오지 않았다고 했다. 60살 이상 기저질환자인 장씨는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돼 3번의 비대면 건강모니터링을 받아야 하지만 어떤 관리도 받지 못했다. “허리도 세번이나 수술을 해서, 병원 가서 매일 주사도 맞고 물리치료도 해야 되는데 (재택치료로) 못 갔어요. 고혈압에 우울증도 있고요. 아픈 데가 한두 군데가 지금 아닌데요.” 재택치료 기간 장씨는 허리 파스를 잔뜩 붙이고, 보리차를 데워 마시며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고혈압과 우울증 관련 약은 그나마 사회복지사가 대신 문 앞에 가져다줬다.

설문 결과를 보면 ‘확진 후 이틀 내에 키트가 배송됐다’는 답변은 49.2%에 불과했다. 확진 뒤 3~4일 이내 배송이 33.3%, 확진 뒤 5일 이후 배송이 11.1%로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지 않았다’는 답변도 6.3%(4명)였다. 특히나 산소포화도는 저산소증을 모니터링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측정기가 없다면 갑자기 응급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72살 김아무개씨는 “격리 해제 때까지 재택치료 키트가 오지 않아서 아들이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사서 보내줬다”고 말했다. 김씨와 장씨는 건강모니터링, 자가격리 안전보호 애플리케이션도 끝까지 설치하지 않았지만, 보건당국 누구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의료·행정적 지원 미비는 재택치료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응답자의 40%가 ‘정보 부족의 어려움’을 꼽았고, 38.3%는 ‘보건소·의료진과 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과 통화할 수 없었던 이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구했고 잘못된 정보를 얻을 가능성도 커졌다. 응답자들은 ‘인터넷’(47.6%)과 ‘포털사이트 카페, 경험자 채팅방 등 각종 커뮤니티’(42.9%)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었다. ‘병원이나 보건소 상담’(36.5%), ‘정부 사이트나 정부의 재택치료 안내서’(28.6%)보다 높은 비중이었다.

<한겨레> 재택치료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보내온 재택치료 당시 사진으로, 왼쪽부터 폐기물, 격리기간 의료폐기물 봉투, 재택치료자에게 지급된 식료품, 코로나19 재택치료키트.

임신부·장애인 지원 상황 열악

임신부와 장애인 등 코로나19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역시 미흡했다. 임신부인 유미연씨는 재택치료 뒤 간 수치 상승, 고열, 근육통을 겪었지만 의료상담을 받을 수가 없었다. 재택치료 전담병원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지난달 11일 확진 뒤 이틀 동안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다 결국 입원 치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역시 간단치 않았다. 보건소는 통화조차 되지 않았다. 유씨는 결국 함께 재택치료를 받던 남편의 재택치료 전담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16일에야 입원할 수 있었다.

설문에서 재택치료자의 14.3%(9명)는 ‘호흡곤란 등 입원을 요청해야 하는 증상이 있었다’고 답변했지만,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답변을 한 응답자 중 5명에게 확인한 결과, 이 가운데 2명만 입원했다.

또 다른 임신부인 최아무개(42)씨는 배우자가 먼저 확진돼 생활치료센터로 가고 “혼자서 고열과 오한에 시달렸다”고 했다. 최씨는 “병상이 부족해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임신 33주차여서 응급분만도 하지 못할까봐 불안에 떨었다. 보건소는 전화를 100통 해야 한통 연결될까 했다”고 말했다. 재택치료자들은 ‘재택치료 중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냐’는 질문(중복응답 가능)에 41.3%가 ‘입원이나 응급상황 시 의료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보건소와 재택치료 전담 기관의 인력이 크게 부족해 발생한 일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이와 관련해 <한겨레>에 “재택치료 대상자가 재택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의 재택치료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장애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다. 뇌병변장애인 유진우(26)씨는 지난해 11월24일 확진된 뒤 입원 대기가 길어지면서 재택치료를 받아야 했다. 곧장 청소·빨래·식사 등을 돕는 활동지원사의 방문이 끊겼다. 지난해 정부가 확진된 장애인을 위한 ‘긴급돌봄’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신청이 불가능했다. 대기자가 너무 많아 언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었다. 유씨는 격리 해제 뒤 장애인 관련 매체 <비마이너> 기고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정말로 방치된 채로 지자체의 지원 없이, 홀로 덩그러니 열흘간 지냈다. 왜 병원이송이 미뤄졌는지, 왜 병원이송이 안 되었는지, 왜 긴급돌봄은 안 된 것인지, 왜 물품 지원은 안 나오는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이 치솟았다.”

무증상·경증일 땐 장점 있지만…관리 미비에 고립감 큰 재택치료

<한겨레>의 설문에 응한 재택치료자들은 재택치료에 분명히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고 집을 떠나 있는 불편함이 덜하다는 것이다. 무증상이거나 경증일 경우 재택치료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 실제 재택치료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만족’, ‘매우 만족’(만족 25.4%, 매우 만족 4.8%)이라는 답변이 불만족(15.9%), 매우 불만족(7.9%)보다 근소하게 많았다. 가장 많은 답변은 보통(46%)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지원·관리가 없는 재택치료는 환자들을 심리적으로 고립시키고 불안감을 키웠다. “아픈 와중에 무엇이 필요한지 아무것도 모른 채 자력으로 정보를 구해야 한다.”(재택치료자 ㄱ씨) “확진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재택치료자 ㄴ씨) “집에서 아파서 죽거나 말거나 혼자 있고, 아무도 연락이 없다.”(장여옥) 이들은 ‘알아서 생존하라’고 던져진 느낌이었다고 지적한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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