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의료진들 "재택치료 저·고위험 분리하고 응급진료 쉽게 해야"

박준용 2022. 1. 1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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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현장 의료진 8명 심층 인터뷰
매일 하루 두번씩 전화 비효율적
"무증상 환자는 왜 자꾸 묻냐 짜증"
원할 때 진료받는 시스템 갖추고
재택치료자 외래·응급실 늘려야
지난 12월18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재택치료자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재택치료자 관리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저·고위험군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가 재택치료 기본화 40여일의 현주소를 진단하기 위해 최근 8명의 현장 의료진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의료진들은 재택치료자들을 저·고위험군으로 분리하고, 체계적으로 외래·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택치료 담당 간호사들은 매일 30~100통의 전화를 건다. 1명당 매일 두 번(고위험군은 세 번)씩 전화를 걸어 건강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경력 15년차 수간호사 김정아씨는 “증상이 없는 사람들은 하루에 두 번씩 전화하면 똑같은 걸 왜 자꾸 묻냐고 짜증을 낸다. 50명에게 전화하려면 아무것도 안 하고 전화만 붙잡고 있어도 2∼3시간이 걸린다”며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전화를) 두 번씩 하는 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승관 경기의료원 안성병원장 역시 “저위험군은 (자가진단키트 등을 통해) 집에서 스스로 케어하면 된다. 이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의사나 간호사에게 원격진료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만 갖춰두면 된다”고 말했다.

재택치료자들이 대면·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3일 현재 재택치료자가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단기·외래진료센터는 전국 36곳에 불과하다. 의료진들은 환자가 증상을 느낄 경우 비대면 모니터링만으로 진료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보다 수월하게 대면진료가 가능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지역 시립공공병원 간호사 ㄱ씨(경력 10년)는 “객관적인 숫자나 환자의 호흡하는 모습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환자의) 주관적인 진술 만으로는 상태를 판단하기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입원환자를 직접 돌보다 재택 모니터링 업무에 투입된 경기북부 도립공공병원 간호사 ㄴ씨(경력 20년) 역시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증상이 급박하게 진행되면 어떻게 진행될지 눈에 선하다”며 “직접 보면서 진료하고 싶는 생각이 매번 든다”고 말했다.

특히 재택치료 응급센터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재택치료자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는 코로나19 병상이 나오길 기다려야 한다. 경기북부 종합병원의 재택치료 팀장을 맡고 있는 ㄷ간호사(경력 20년)는 “재택치료 환자 중 낙상·화상 환자가 종종 발생한다”며 “보호자가 원해서 거동이 불편한 확진자가 재택치료를 한 경우가 있었는데, 확진자가 넘어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보건소에서 바로 조치해준 덕에 얼마 걸리지 않아 이송됐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재택치료 응급센터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서울의료원 한 곳뿐이다.

전국 36곳에 불과한 단기·외래진료센터와 응급실은 재택치료전담병원 311곳에 견줘 그 수가 적다. 재택치료에 비해 외래진료센터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택치료전담병원은 재택치료 모니터링 수가(환자를 치료하고 받는 진료비)로 환자 1명당 하루 8만원을 받는다. 반면 진료센터와 응급실은 별다른 실익이 없다. ㄴ 간호사는 “재택치료 환자 2천명을 담당하는 ㅁ병원은 단기 외래를 하지 않는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업무보고에서 단기·외래진료센터를 전국 70곳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그 역시 현재 재택치료 환자 수준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하루 (평균) 재택환자가 2만명 수준이다. 70곳에서 외래를 보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재택치료 2천명이면 하루 1억6천만원, 한 달이면 50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온다”며 “재택치료의 수가가 높은 만큼 재택치료전담병원은 그 돈으로 재택치료 환자를 위한 외래센터, 응급실을 가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를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며 “저위험군은 동네의원에서 관리하고, 고위험군은 병원급에서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상태가 나빠지면 즉각 입원이 가능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활한 재택치료 모니터링을 위해 보건소 인력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소 인력부족으로 행정처리가 늦어지다 보니, 재택치료전담병원의 업무도 늦게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서남병원 지부장은 “보건소에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처음에는 오후 5~6시가 돼야 재택치료자 명단이 넘어왔다”며 “요즘은 좀 빨라져 오후 1시에 명단이 나온다”고 말했다.

신준호 전남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코로나19 발생 뒤 지난해 9월까지 전체 보건소 인력의 10.4%인 2624명이 보건소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지자체 행정인력 파견 등으로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 교수는 “보건소에도 보건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있다. 지자체장들이 행정인력을 파견해주면 현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며 “초기에는 인력을 배치를 해주다가 최근에 원상복귀 시킨 사례가 많다.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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