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리모델링' 尹 '재건축'.. 1기 신도시 정비, 대선 이슈로

정순우 기자 2022. 1. 11.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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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30년' 28만 가구.. 여야, 표심잡기 나서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수도권 1기 신도시가 대선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통해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포문’을 열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과거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재임 때부터 1기 신도시 개발 의지를 밝혔다. 수도권 표심에서 1기 신도시 30만 가구의 비중이 작지 않아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잡기 위한 구체적인 공약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1기 신도시는 작년 9월 분당 시범 단지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28만여 가구가 노후 주택 기준인 ‘입주 30년 차’를 넘기게 된다. 2020년 기준 경기도 전체 30년 이상 아파트(16만5898가구)의 1.7배 물량이다. 서울 전체 노후 아파트(30만7366가구) 수와 맞먹는다. 1기 신도시 주민 사이에서 낡은 주거 환경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아직 체계적인 정비 계획이 세워진 곳은 없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같은 정비 사업이 미뤄질수록 도시 슬럼화나 주택난을 해결하는 사회적 비용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는 현실적인 도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는 후보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선 ‘뜨거운 감자’ 된 1기 신도시

윤석열 후보는 지난 6일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층별 건축 면적 총합의 비율) 상향을 통한 1기 신도시 10만 가구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재정비’라는 표현을 썼지만, 용적률 상향은 같은 면적의 땅에 더 많은 집을 짓게 해주는 것이어서 사실상 재건축 활성화를 뜻한다. 용적률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해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들의 자발적인 개발을 독려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재명 후보는 아직 1기 신도시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노후 주거 환경 개선을 열망하는 주민 여론을 잘 알고 있어 신도시 재개발과 관련한 공약이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내면서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지만, 재건축 방식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주민들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대체로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선호한다. 재건축이 최신 설계와 건축 기술을 적용하기 유리한 데다, 입지가 비슷하다면 재건축 아파트가 리모델링 단지보다 집값도 비싸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 확대 측면에서도 재건축이 우세하다. 주택 골조를 유지한 채 외관과 내장재를 바꾸는 리모델링은 추가로 지을 수 있는 주택이 기존의 15%로 제한된다. 1기 신도시 전체를 리모델링해도 추가 공급은 4만5000가구가 최대다.

◇용적률 규제 완화 없이는 재건축 불가능

현행 규정상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불가능에 가깝다. 재건축은 기존보다 늘어난 주택을 일반 수요자에게 분양해 얻은 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1기 신도시는 주택 수를 늘릴 수 있는 여분의 용적률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169~226%로 주거 지역 법정 상한선(300%)보다 낮지만, 각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과밀을 막기 위해 만든 ‘지구단위계획’의 용적률 제한에 걸려 가구 수를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성남시가 조사한 분당 공동주택 125개 단지의 용적률 현황에 따르면, 여분의 용적률을 활용해 재건축할 수 있는 단지가 ‘제로’였다.

결국 차기 정부가 1기 신도시에서 정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려면 현행 지구단위 계획을 수정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을 대폭 높여야 한다. 지자체나 국회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왜 1기 신도시만 용적률을 완화해 주느냐’는 특혜 논란과 전세난, 단기 집값 자극 우려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마냥 늦출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수도권에 집중되는 주거 수요와 신규 주택 공급 현실을 감안하면 30년 전 잣대로 주택 밀도를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신도시 재정비 사업의 본보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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