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하숙집에서 배운 ‘플랫폼’

김재민 NEW 영화사업부 대표 2022. 1.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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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잘 유통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일은 소비자에게 적절한 타이밍과 규모가 필요하고, 플랫폼이 만족할 만한 마케팅과 이에 수반하는 준비도 필요하다. 어느 한쪽의 이익을 치우치게 추구하다가는 장기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나는 대학 생활 내내 하숙을 했다. 2학년 때부터는 학과 동기들과 같은 하숙집에 살았다. 후덕한 아주머니의 음식과 깔끔한 환경이 이전 하숙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 친한 친구들까지 있으니, 우리 하숙집은 곧 학과 전체의 명물이 됐고, 친구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유명해지면 대가가 따르는 법. 소음과 공해로 우리 멤버들은 풍경 좋은 3층에서 반지하 1층으로 자연스럽게 전출당했다. 그래도 하숙집은 점점 우리만의 공간이 되어 갔고 자연스레 새롭게 들어오는 학생 수가 줄었다.

어느 날 주인 아주머니께서 조용히 제안하셨다. 새로운 학생을 데려오면 하숙비를 면제해준다는 말씀이었다. 하숙비가 부담이었던 나는 때로는 방을 공부, 수면, 취미 등 목적에 따라 구분해 쓰게 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데려와 소개해주기도 하며 수년간 같은 과 동기, 후배, 고교 동창들로 하숙방을 채워나갔다.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하숙집이라는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마케팅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엄밀히 보면 하숙집 형편을 어렵게 만든 장본인이었으나, 사려 깊은 주인 아주머니의 배려 덕에 생활비도 절약하고 하숙집의 빈방도 채울 수 있었다.

플랫폼과 콘텐츠 공급자는 서로 이해가 맞아야 한다. 한쪽이 보여준 배려가 상대방의 보답으로 이어지고 좋은 거래 관계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때의 나도 플랫폼(하숙집)의 배려 덕에 어긋나지 않고 콘텐츠 공급자로 역할을 잘할 수 있었다.

지금은 뿔뿔이 흩어진 친구, 동생들아, 당신들을 영입한 게 나에겐 큰 도움이었어. 아주머니 건강하시죠? 감사했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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