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백신 이상자 ‘닥접’ 안 된다

김경은 기자 2022. 1.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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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이득이 훨씬 크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압박하면서 줄기차게 강조한 전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개인에겐 다를 수 있다. 얼마 전 한 20대 여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화이자 2차 맞고 심낭염 걸려 죽다 살았는데 ‘인과성이 불충분하다’면서 또 부스터샷을 맞으라 한다”는 항의 글을 올렸다. 부스터샷 안 맞으면 식당·카페 가기도 어렵고, 백화점·마트는 물론, 학원도 못 갈 처지가 되자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방역패스) 유효기간 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한 식당에 백신미접종자 출입거부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2.01.04 /남강호 기자

이런 이들에게 “이득이 크다”면서 접종을 권해봤자 “죽기를 각오하고 백신을 맞으란 거냐”는 역정만 돌아온다. 그런데 방역패스로 불이익을 주려 하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신고’한 사람은 40만명이 넘는다. 신고까지는 안 했지만 이상 반응 경험자를 더하면 100만명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법원이 지난 4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를 일단 중단하도록 결정하자 적잖은 이가 환호성을 지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접종 완료율은 94%에 달한다. 전 국민은 83%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미국·영국·프랑스가 60~70%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말 잘 듣는’ 국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만 있으니 만만한지 정부는 안일했다. ‘그동안 군소리 안 했으니 뭐 계속 그러겠지’라는 태도였다. 임신했거나 지병이 있어서 백신 맞길 꺼리는 사람들까지 식당이나 마트 가는 데 불편을 주도록 하면서 ‘닥접(닥치고 접종)’을 밀어붙였다. 청소년들까지 방역패스를 도입해 사실상 ‘강제 접종’을 유도하면서 자세한 과학적 설명은 생략했다. 지금까지 독서실 코로나 집단감염은 2건, 학원은 190건이다. 반면 작년 교회 집단감염은 233건. 그런데 점검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이다.

전문가들은 방역 정책 생살(生殺)권이 법원으로 넘어가는 현실을 개탄한다. 정부가 오죽 못했으면 방역 문제까지 법원이 개입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제는 우리 실정에 맞는 방역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 사망자의 93%가 60대 이상이다. 고연령층은 백신을 맞는 게 안전하다. 다만 저연령층 백신 접종은 되도록 자유롭게 남기고 가족 중 고령자가 있으면 외출을 자제하고 스스로 조심하도록 해 감염 확산을 낮추는 ‘자율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역 정책을 좀 불평한다 싶으면 외국 사례를 들며 겁을 주다가, 지표가 좋아지면 ‘K방역’ 자랑에 바쁜 정부를 보면서 국민들은 피로감이 쌓여왔다. 수면 아래서 조용히 흐르던 깊은 물이 바다를 엎는다. 해일이 일고 나서 후회하기 전에 소통과 설득에 더 힘써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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