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합의' 못봤다.. 미국·러시아, 조만간 추가 회담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10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의 주제네바 미국대표부에서 열린 미·러의 ‘전략 안정 대화’가 종료됐다. 양측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쯤까지 8시간쯤 회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이끈 이번 회담에는 양측의 군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주둔시킨 10만 대군의 철군 가능성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안보와 직결된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셔먼 부장관은 회담 종료 후 “미국 측은 양자 문제를 더 자세히 논의하기 위해 곧 다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이 회담 장소로 스위스를 선호하고 있어 추후 회담도 스위스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럅코프 차관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모종의 긴장 고조 시나리오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회담에서 미국 측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럅코프 차관은 이번 회담이 “예리한 이견을 얼버무리려고 하지 않는 어렵고, 길고, 매우 전문적이며, 깊이 있고, 구체적인 회담이었다”고 평했다. 또 “미국 측이 러시아의 제안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연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셔먼 부장관은 “(러시아의) 안보 제안은 미국이 애시당초 받아들일 수 없는 것(non-starter)이라고 반박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중순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 방안으로 ‘나토 확장 금지', ‘미군 및 나토군의 구소련 국가 내 주둔 금지' 같은 조항을 담은 새로운 안보 조약을 제안했다. 미국으로서는 이런 요구를 전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셔먼 부장관은 “우리는 나토의 열린 문을 누가 닫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빼고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셔먼 부장관은 “솔직하고 직설적인 토론을 가졌다”고 회담 내용을 평했다. 양측이 서로 다른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는 뜻이다. 그는 “오늘은 서로에 대해, 각자의 우선사항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토론이었다”며 “우리가 ‘협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럅코프 차관도 “주요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우리가 만족할 만한 방식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미국 측이 이해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미사일 배치와 훈련 규모 조정은 협상 가능하다는 점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 셔먼 부장관은 “양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며 역내 안정을 개선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호혜적 조치에 대한 몇 가지 구상이 논의됐다”며 미국 측이 ‘미사일 배치’에 관한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공격용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셔먼 부장관은 또 “미국은 현재 폐기된 중거리 핵전략 조약(INF)의 연장선상에서 특정 미사일 체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데 열려있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핵 전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했던 INF 부활을 러시아 측과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러시아 측은 양자 간 논의가 군축에 그쳐서는 안 되고, 유럽의 안보 구조 전체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2014년(크림 합병) 때를 넘어서는 심각한 대가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제재를 부과할 준비가 돼있고 파트너 및 동맹들과도 협의가 돼있다”는 것이다. 셔먼 부장관은 “우리가 말하는 지금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명을 집결시켜 놓고 있다”며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국경을 무력으로 바꾸거나 다른 나라의 외교 정책을 결정하거나, 다른 나라가 누구와 동맹을 맺을지 결정하는 것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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