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가장 많이 일하지만 제일 적게 버는 세대

2022. 1. 1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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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이 골칫거리가 아닌 적은 역사상 한순간도 없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에 속한다.

중간만 해도 삶의 질이 좋아지는 고성장 시대에 상대적으로 편안히 혜택을 누린 윗세대와 달리, 이들은 아무리 애써도 부모 수준의 중산층 삶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의 벽에 부닥쳐 경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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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에 번아웃된 밀레니얼 세대
고성장 혜택 기성세대, 청년 고통 귀기울여야
‘요즘 애들’이 골칫거리가 아닌 적은 역사상 한순간도 없었다. 대한민국 수립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학병 세대는 부모 세대인 왕조 세대의 골칫거리였고, 586세대는 전후 세대의 골칫거리였다. 최근 분노한 청년 세대가 뒤틀린 반항을 시작하면서 ‘요즘 애들’이 다시 당혹스러운 화제로 떠올랐다.

놀랍게도, 이들은 대체로 부모 세대보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불안정하고, 문화적으로 글로벌하고, 심리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기성세대를 경멸하는 점에선 한결같으나, 남녀가 바라보는 앞날은 사뭇 다르다. 담론에서 소외된 빈곤 계급 청년들의 욕망은,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포퓰리즘의 폭포를 향해 흘러가는 징후도 있다.

앤 헬렌 피터슨의 ‘요즘 애들’(RHK 코리아 펴냄)은 청년 세대의 삶에 대한 강렬한 사회경제적 보고서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현실을 주로 다루고 있으나, 우리의 청년 현실에 겹쳐 보아도 별로 낯설지 않다. 선진국 정치경제는 전 지구적으로 긴밀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청년 세대를 뜻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에 속한다. 가혹한 신자유주의 세계에서 부모 세대는 이들을 계층 하락을 겪지 않도록 어떠한 주어진 과제도 처리할 수 있는 능력 기계로 길러냈다. 그러나 결실은 없었다. 중간만 해도 삶의 질이 좋아지는 고성장 시대에 상대적으로 편안히 혜택을 누린 윗세대와 달리, 이들은 아무리 애써도 부모 수준의 중산층 삶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의 벽에 부닥쳐 경악하고 있다.

안전한 일자리는 나날이 사라져 방심은 재앙이 되고, 경쟁은 너무나 치열해 탈락이 지옥이 되며, 빈부격차는 극도로 심각해서 도무지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과도한 성과를 강요하며 열정을 착취하는 노동 환경에서 이들은 움켜쥔 삶이나마 잃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한없이 시달린다. 그래서 이들의 일상은 늘 번아웃 상태에 있다. 자신의 자원을 모두 소진한 상태에서도 절대 멈추지 못한다. 전진하지 않으면 파멸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행복은 멀리 있는데, ‘시궁창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진 기성세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이들을 근면과 노력 부족으로 몰아붙이면서 자기계발을 강요하고, 자기희생을 모르는 ‘욕받이’로 만들어 비난할 뿐이다. 그러나 청년들을 이기적 경쟁자로 기르고 능력주의자로 가르친 것이 자신들이다. 이들은 왜 스스로는 반성하지 않으면서, 이따위 엉터리 세상을 물려주고는 배운 대로 산다고 청년들을 비판하는 걸까. 이들의 마음에 분노와 좌절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무심하고 위선적인 품행이다.

밀레니얼인 저자는 제발 자기 세대의 경험을 주목하고 이를 진심으로 이해해 달라고 반복해 호소한다. 자신들이 망가질 때까지 로봇처럼 쉼 없이 일하지 않아도 안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연대해 달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른다. 해결할 일은 불공정이 아니라 불평등이다. 이룩할 일은 죽도록 애쓰지 않아도 누구나 만족할 만한 삶이다.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아도 사는 게 힘들지 않은 세상이다. 청년의 고통에 귀 기울이면서 함께 이러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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