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국어 시집이 한목소리로.."미얀마를 잊지 마세요"

글·사진 박용근 기자 2022. 1. 1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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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북작가회의, 20편의 시 담아 한·영·미얀마어로 26일 출간 앞둬
“광주의 아픔에 연대”…크라우드 펀딩 진행, 성금은 미얀마에 전달

전북작가회의 이병초 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회원들이 10일 전북교육청 구내 서점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3개 국어 항쟁시집 편집회의 후 세 손가락을 펴 보이며 연대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미얀마는 이 시각에도 민주화운동이 계속되고 있고, 시민들은 더 참혹한 탄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미얀마를 잊어가고 있다는 것이 슬프고 참담합니다. 우리가 모인 것은 세계를 향해 미얀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시인과 소설가 등 문인 400여명이 회원인 전북작가회의 이병초 회장의 말이다. 그는 10일 시인 5명과 미얀마 민주화를 염원하는 3개 국어 시집 <붉은 꽃을 내 무덤에 놓지 마세요> 발간을 앞두고 전북교육청에서 편집회의를 주관했다. 영어와 미얀마어, 한국어로 만들어질 이 시집은 오는 26일 출간된다. 3개 국어로 항쟁시집을 발간하는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다.

이 회장은 “작년 2월 미얀마 쿠데타 소식을 듣고 긴급하게 작가회의가 소집됐다”면서 “광주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들은 ‘미얀마가 광주와 똑같으니 이대로 두고 봐선 안 된다’는 데 공감했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작가회의는 지난해 38명의 시인이 미얀마 민주화를 촉구하는 연대시를 썼다. 항쟁시는 지역일간지와 인터넷신문에 날짜를 달리해 실렸다. 시 작업에 참여하지 못한 소설가 등 다른 문인들은 기꺼이 미얀마 돕기 성금을 내 동조했다. 빠듯한 살림살이 속에 강의료와 원고료, 생활비를 아껴 십시일반 모은 돈이었다. 수백만원의 성금은 지난해 9월 미얀마 현지에서 군부에 의해 고초를 겪고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로 전달됐다.

앞서 7월에는 미얀마 민주화를 응원하는 인권수업을 전북지역 10개 중학교에서 진행했다. 시인 10명이 1일 교사로 나서 5·18민주화운동과 미얀마의 실상을 알렸다. 시민사회단체에서 미얀마의 민주화와 연대하는 행사를 열긴 했지만 학교에서 정규 수업시간을 할애해 공유한 것은 처음이었다.

3개 국어 번역 시집 발간은 그 연장선이다. 점점 관심이 멀어져 가는 국제사회에 미얀마의 실상을 알리는 방법으로 추진됐다. 시집에는 지방지 등에 게재됐던 시 가운데 미얀마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한 20편이 번역된다. 시가 품고 있는 함의는 ‘1980년 광주는 외로웠지만 2022년 미얀마는 외롭지 않다’는 것이다.

미얀마에 대한 관심을 더 촉발시키기 위해 이달 17일까지 크라우드 펀딩(https://link.tumblbug.com/ISp4IYYFkmb)을 진행 중이다. 목표는 600만원, 개인당 10권 이내 구입비만 보탤 수 있다. 최소의 비용을 제외한 모든 성금은 미얀마에 전달된다. 시집 제작을 맡은 출판사 ‘걷는 사람’도 미얀마 민주화를 응원하기 위해 순수 제작비 이외의 비용은 성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정동철 시인은 “최근 미얀마 군부는 평화 가두시위를 벌이는 여고생들을 차량으로 휩쓸어버리는 등 현지 상황은 더 어렵고 절박한 상황”이라며 “그들이 ‘광주항쟁을 겪은 한국인들을 믿는다’고 말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 한국은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롤모델인 만큼 진심어린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철 편집장은 “펀딩을 통해 번역시집을 내려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이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지구촌 곳곳에 실상이 전해지길 갈망하는 마음 때문”이라면서 “목표 펀딩이 이뤄지면 민주화운동을 하다 사망했거나 옥고를 치르는 미얀마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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