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줏대감들 텃세 막아야 공생" [공공스포츠클럽을 살리자 ⑤]

김세훈 기자 2022. 1. 1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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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실행에 앞서 경계할 점

[경향신문]

공공스포츠클럽법이 오는 6월 시행된다. 시행에 앞서 시행령 등이 보완되리라 전망된다. 법적 보완이 제대로 안 되면, 클럽이 취지와는 달리 권력집단으로 전락하거나 체계가 붕괴해 정책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경향신문 주최 공공스포츠클럽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에게 잠재적인 문제점을 들어봤다.

■ 관치행정과 클럽의 권력단체화

공공클럽 획일화하면 다양성 상실
연령·수준별 프로그램 개발하고
시설·장비 등 민관 공존정책 필요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는 “공공클럽이 시설과 행정력, 인력을 독점할 경우 또 다른 관치행정, 권력단체화할 수 있다”며 “클럽이 정형화, 획일화하면 클럽의 생명인 다양성을 잃게 된다”고 걱정했다. 심 대표는 “공공클럽이 많은 걸 독점하면서 갈등을 일으키면 정책은 실패하고 만다”며 “공공이 민간과 함께, 시장과 함께 공생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 동호회는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터줏대감들이 텃세를 부리고 타 종목과 시설 공유를 거부하거나 신규 회원에게 배타적인 분위기다. 한종우 대한테니스협회 사무처장 겸 전 오산체육회 사무국장은 “공공클럽이 동호회와 싸우지 않으려고 어린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연령대별, 수준별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 다세대, 다연령, 다종목, 다계층을 추구하는 정책 방향성을 실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시설 점유 경쟁과 민간시설 외면

공공클럽은 시설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클럽이 사용하는 시설은 대부분 지자체 소유 공공시설이다. 시설도 부족하고 공공클럽, 동호회, 경기단체 간 경쟁도 심하다.

시설관리 주체와의 협업도 부족하다. 김대희 부경대학교 해양스포츠학과 조교수는 “지자체장이 공공시설을 클럽이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개방하지 않은 민간시설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도 연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옥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조교수는 “공공클럽이 운영할 수 없는 종목, 구비하지 않는 시설과 장비, 민간 우수 지도자 등을 클럽에서 함께 소화할 수 있도록 민관 공존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과도한 자립 요구, 클럽 붕괴 초래

과도한 자생 요구 대신 적극 지원
운동부 관리 주체도 명확히 해야

공공클럽은 지자체 규모, 클럽 유형에 따라 5년 동안 기금 4억~9억원을 지원받는다. 지원 기간이 끝나면 기본적으로 자립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저렴한 사용료와 회비로는 자립하기 어렵다. 심상보 대한체육회 지역체육부장은 “공공클럽은 국가 기금을 지원받아 국가가 해야 하는 체육사업을 수행하는 존재”라며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자생을 요구하면 클럽이 붕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명 충북도체육회 정책개발부 팀장도 “경기단체, 클럽 등이 하는 체육사업들은 대부분 방향성이 같다”며 “클럽에 자생을 강요하기보다는 체계적이고 꾸준한 지원책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끊기면 클럽은 결국 지자체에 의존해야 한다”며 “공공클럽의 성공 여부는 지자체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 클럽 속 학교 운동부 운영 및 관리 부실

공공클럽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학교·학생 운동부, 전문 운동부 육성이다. 운동부를 꺼리는 학교, 교육청, 교육지원청이 운동부를 공공클럽에 넘기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런데 클럽으로 들어오는 학교 운동부에 대한 관리 지침, 규정이 없다. 정현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운동부가 클럽으로 와서 경기력 저하, 인권·학습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 부재로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교에 속한 운동부는 1년에 두 번씩 교육청 감사를 받는다. 운동부가 공공클럽으로 간다면 관리 운영 및 책임 주체는 지자체, 클럽, 문화체육관광부다. 정 위원은 “학생 운동부가 학교에 있을 때보다 클럽에 있을 때 경기력이 떨어지고 성적이 부진하면, 학부모와 선수들이 공공클럽을 거부할 수도 있다”며 “클럽 지도자 코칭 능력이 무척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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