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윤성빈, 새롭게 떠오르는 정승기..'양 날개' 달고 다시 질주하는 한국 썰매 [니하오~ 베이징 ⑤]

윤은용 기자 2022. 1. 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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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부활의 꿈

[경향신문]

윤성빈, 정승기
간판 윤성빈, 긴 부진 탈출 조짐
세계 정상급 스타트 기량 회복
월드컵 동메달 정승기 ‘새 희망’

썰매 종목은 동계스포츠 가운데 가장 스피드가 빠르고 가장 스릴이 넘치는 종목이다.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트랙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선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이 몰려온다.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에서 썰매 종목은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한국 썰매의 선구자’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의 오랜 도전으로 조금씩 기반이 닦였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2개(금 1·은 1)나 수확하며 대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윤성빈(28·강원도청)이 남자 스켈레톤에서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실로 눈부신 성과였다.

이후 한국 스켈레톤은 더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런데 노력과는 달리 이후 조금씩 내리막을 걸었다. 개막을 눈앞에 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스켈레톤은 4년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메달 후보’가 아니다.

간판 스타인 윤성빈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한 번도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1차 대회에서 6위로 출발한 윤성빈은 2차 대회 13위로 떨어지더니 3차 대회에서는 28명의 참가 선수 중 26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1차 시기에서 20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해 2차 시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2014~2015 시즌부터 월드컵에 출전했던 윤성빈이 20위권 밖으로 떨어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후 4차 대회에서 9위를 차지해 올라가는 듯하더니 5차 대회 13위, 6차 대회 17위로 다시 추락했다. 지난 8일 7차 대회에서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의 실수로 1차 시기 기록이 무효가 되고 2차 시기 결과만 가지고 따진 순위에서 6위에 올랐다.

윤성빈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스타트에서의 부진이다. 원래 윤성빈의 스타트 기록은 세계 최정상급이었다. 매 대회 3위 안에는 꼭 들어갈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6차 대회까지 단 한 번도 3위 안에 들어간 적이 없다. 스타트부터 무너지면서 전체적인 주행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3차 대회에서는 레이스 도중 벽에 부딪치는, 그답지 않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다만 반등에 성공한 7차 대회에서 스타트 기록이 전체 2위로 올라온 것은 눈에 띈다. 기나긴 부진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신호탄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이었을 뿐인지는 오는 14일 열리는 8차 대회 기록을 통해 판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시즌 윤성빈보다 더 큰 희망을 발견한 선수가 있다. 정승기(23·가톨릭관동대)가 이번 시즌 한국 스켈레톤에 처음이자 유일한 메달을 안겨 단숨에 기대주로 떠올랐다. 라트비아 시굴다에서 열린 6차 대회에서 차지한 동메달이 그것이다.

정승기는 1차 대회 7위, 2차 대회 4위를 차지하며 윤성빈 이상 가는 기세를 보였다. 3차 대회 22위로 주춤한 이후 4차 대회 11위, 5차 대회 16위로 조금씩 살아나더니 결국 6차 대회에서 메달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윤성빈이 6위에 오른 7차 대회에서는 다시 11위로 성적이 하락했다.

정승기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오륜기를 들고 입장한 8명 중 한 명으로 향후 한국 동계스포츠를 이끌 미래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윤성빈을 존경하며 지금도 우상으로 삼고 있는 그는 이번 시즌 남자 스켈레톤 랭킹 10위(984점)로 12위의 윤성빈(868점), 14위의 김지수(792점)에 앞서 있다.

썰매 종목이 열리는 슬라이딩센터에는 각각 고유의 특성과 코스가 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타보는 게 유리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썰매 종목이 열리는 옌칭 슬라이딩센터는 특히 360도 회전 구간인 ‘크라이슬’과 직각으로 꺾이는 13번 커브가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이번 시즌 부진했던 한국 스켈레톤이 베이징에서 다시 시상대에 서기 위해서는 결국 대회 직전 연습 주행에서 얼마나 트랙에 잘 적응하느냐에 달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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