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한국선 규제·편견에 위축..해외 나가야 제대로 평가받는 현실

조미덥 기자 2022. 1. 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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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 선전에도 뒷맛 씁쓸

[경향신문]

엠투에스의 박영경 매니저가 지난 6일 ‘CES 2022’에서 지난해 헬스케어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은 가상현실(VR) 눈 건강 측정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 조미덥 기자
주요 국가들 나라별 부스 마련
한국은 기업·기관 제각각 참가
분산 전시로 시너지 효과 못 내

지난 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세계 스타트업들의 경연장인 ‘유레카 파크’를 메운 800여개 업체 중 한국 스타트업은 292개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20년의 스타트업 참가사(200개)보다 훨씬 많았다. 2위 프랑스(140개)와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1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은 국내 벤처·스타트업은 74개사나 됐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의 속사정을 들으면 씁쓸함이 앞선다. 한국은 시장이 작고, 스타트업에 주어진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CES에 참가해 세계 시장을 두드려야만 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로봇으로 유명 셰프 요리를 재현하며 큰 주목을 받은 비욘드허니컴도,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눈 건강을 진단하는 기술로 지난해 최고혁신상을 받은 엠투에스도 한국에서의 성장보다 세계 무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에선 ‘작은 기업이 되겠느냐’ ‘대기업이랑 함께해야지’라는 부정적 시선이 많은데, CES에선 우리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헬스케어 부문에선 비대면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디지털 치료 같은 해법을 제시하는 신기술이 많은데, 한국에선 비대면(원격) 진료 여부가 불투명하다 보니 미국 시장으로 몰린다. 콥틱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얼굴형을 분석하고 사이즈를 파악한 뒤 맞춤형 안경을 추천·판매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안경의 비대면 판매를 금지하고 있어 미국에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의료기기를 개발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의사의 통제를 받아도 좋으니,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돼가고 있다. 선진국에선 비대면 진료를 인정하되 의료 형평성과 개인정보 보호,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정부와 업계, 의사협회가 비대면 진료 허용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유레카 파크에는 프랑스관, 네덜란드관, 일본관 등 국가별로 공간이 나뉘었는데 한국은 중기부·코트라, 서울시, 삼성전자, 포스코 등 지원 기관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한 덕분에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CES에 온 투자자·관람객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커다란 한국관을 두고 그 안에 유사한 스타트업끼리 모아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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