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자 고지의무 완화한다더니..정부도 국회도 업계도 1년째 '모르쇠'

유희곤 기자 2022. 1. 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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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소비자정책위 “서면답변으로 충분”
개정 권고안, 2020년 이후 논의 멈춰
금융위 “대선 공약 돼 언급 부적절”

정부가 보험 가입자의 보험사에 대한 고지의무를 완화하기로 했지만 1년 넘게 필요한 조치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부처는 법령 개정에 소극적이고 국회도 지난해 6월 이후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무총리 산하 소비자정책위원회가 2020년 12월 의결한 ‘보험계약자(소비자) 고지의무 부담 완화’ 권고안은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현행 상법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계약 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을 경우 보험자(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51조). 중요한 사항이란 병력, 수술이력 등을 말한다.

소비자정책위는 보험 상품이 복잡·다양하고 보험사가 전문성이 있는데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고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소비자가 보험사의 서면질문에 모두 답변한 경우에는 중요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상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비슷한 시기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2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보험계약자 등이 자발적으로 보험사에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도록 한 것을 보험사가 서면으로 요구하는 내용을 보험계약자가 성실히 답변하도록 했다. ‘자발적 고지의무’를 ‘응답적 고지의무’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국회 논의는 지난해 6월이 마지막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6월21일 법안심사 제1소위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강성국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부 차관)은 “개정안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보험사가 추상적·포괄적으로 질문을 할 경우 보험계약자는 중요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라고 말했다. 답변은 “다른 안건을 논의 중”이라는 소위원장의 말에 중단됐고 소위원회 위원들은 금융 관련 부처의 의견을 들은 후 다음에 논의하자고 정리했다.

법무부 상법 담당 관계자는 “법무부의 공식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고 국회에서 추후 논의가 있으면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보험 담당 관계자도 “국회에서 금융위 입장을 물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대선 후보의 공약사항이라 입장을 나타내는 게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개정안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박철호 법사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생명보험협회는 개정안에 대해 “자발적 고지의무를 응답적 고지의무로 전환할 경우 보험사가 필요한 모든 질문을 서면으로 답변해달라고 요구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이는 피보험자의 고지의무를 완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정보 수집의 한계로 위험이 부정확하게 측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전문위원은 “독일, 일본, 프랑스, 중국, 영국, 호주 등 세계적으로도 적극적 고지의무를 폐지하고 응답적 고지의무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바른미래당(현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폐기된 적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7일 고지의무 부담 완화를 보험분야 5대 공약 중 하나로 발표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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