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로 '디폴트 위기' 스리랑카, 중국에 "채무 재조정" 요청

김유진 기자 입력 2022. 1. 1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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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약 8조원 부채 중 절반 규모
차관 사업 실적 부진 ‘빚더미’
개도국 ‘중국발 함정’ 경고등

경제난으로 국가 부도(디폴트)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스리랑카가 중국에 채무 상환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거점국인 스리랑카의 채무 위기 사태를 계기로 일대일로가 개도국을 ‘채무의 함정’에 빠트린다는 비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 대통령실이 1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전날 자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부채 재조정에 관심을 보여준다면 스리랑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또 중국인 관광객의 스리랑카 입국 확대, 중국 수입품에 대한 양허조건 제공 등도 요청했다.

스리랑카가 최대 채권국인 중국에 ‘빚을 못 갚겠다’고 나선 것은 해외부채 급증, 외화부족, 인플레이션 등으로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가 올해 상환해야 하는 부채는 오는 18일 만기가 돌아오는 5억달러 상당의 국채를 포함해 70억달러(약 8조3800억원)에 이른다. 그중에서 중국에 갚아야 하는 채무는 국영 기업 대출을 제외하고도 33억8000만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외환 보유액도 지난해 11월 말 기준 16억달러로 사상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급기야 이란에는 원유 수입대금을 달러 대신 스리랑카 특산물 차로 내는 방안까지 추진됐다. 스리랑카 정부 내에선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금융 신청을 할지 말지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스리랑카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관광객 급감 등으로 경기 침체가 커진 데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주요 협력국으로 막대한 차관을 받아온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항만, 도로, 공항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오히려 빚더미에 올랐다.

특히 2017년 채무 상환에 실패하면서 남부 함반토타 항만 운영권을 결국 중국 국영기업에 99년 기한으로 넘기기까지 했다.

최근 미 윌리엄 앤드 메리 칼리지 소속 연구팀 ‘에이드데이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2000~2017년 동안 전 세계 165개국에서 추진한 사업 규모는 8430억달러(약 995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감춰진 국가부채’가 385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인프라 사업이 집중돼 있는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개도국에서 중국발 빚더미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 것이다.

중국은 스리랑카의 채무 조정 요청에 대해 현재까지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왕 부장은 지난 6일 케냐를 방문한 자리에서 “채무의 함정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 엉뚱한 조작이며 외부 세력이 만들어낸 ‘말의 함정’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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